[사설] 이총재 출마를 보는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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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6.3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결정에 이런저런 논란이 일고 있다.

공동여당은 야당총재의 직접출마가 과열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李총재가 공동여당의 비난처럼 15대 국회에서 사퇴했다가 다시 출마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그가 전국구의원으로서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던 것이고, 이번엔 야당총재로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위해 국회내에서 원내전략을 진두지휘할 필요성 때문에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것이라고 볼 때 그의 선택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특히 대의제 (代議制) 민주주의는 국민의 대표들이 국회에서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논의하는 제도다.

국회 안에서 모든 정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원외에 있는 야당총재의 원내진입 노력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야당총재가 원외에 있으면 국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태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그런 사례는 공동여당의 지난번 법안 변칙처리과정에서도 드러났고 그 여파는 야당의 장외투쟁선언으로 연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다만 李총재의 돌연한 출마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해 총력전을 펼 태세인 여권과, 총재의 당선을 위해 거당적 지원체제를 짜고 있는 야당이 맞서 선거전이 과열될 가능성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와 공동여당은 이번 기회에 '이회창을 확실히 죽이기' 위한 사생결단식의 선거전략을 삼가야 한다.

공동여당은 겉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중앙당 개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李총재 출마결정을 즈음해 총력전의 태세를 가다듬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불보듯 훤한데 그럴 경우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는 한낱 구두선으로 비춰질 것이다.

야당 역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지역선거로 국한하고, 총재가 출마하지만 의연하게 나가야 한다.

야당이 이번 재선거를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로 확대 해석하는 주장은 1개 지역구 재선거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다.

또 총재의 당선과 득표율에 지나치게 신경써 거당적으로 나서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당을 자극하고 선거를 과열시킴으로써 총재의 위신만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요컨대 여당은 야당총재를 꺾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거에 정국 주도권을 장악해 보겠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되며, 야당도 총재가 나섰다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총재의 당선으로 정국 우세를 차지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할 것이다.

李총재가 나서긴 했지만 1개구의 재선거일 뿐이다.

여야 모두 이번 재선거의 의미를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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