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단급 부대만 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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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미군을 완전 재편한다. 주한 미 지상군은 미국이 추진 중인 새로운 형태의 사단급 전투부대로 남게 되며 주일미군이 동북아 미군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게 된다. 지난달 열린 제10차 미래 한.미동맹 구상(FOTA) 회의에서 미국 측은 이 같은 내용의 동북아 미군 재편 방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복수의 군 고위 소식통이 18일 말했다.

주한 미 지상군이 미래형 사단급 수준으로 개편되면 현재 군단급의 주한 미 8군사령부는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 내 육군 사령부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주한미군의 재편 문제는 19~20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1차 FOTA 회의에서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최근 실무자 간에 이 같은 논의를 계속해 왔다고 군 소식통은 말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미국의 동북아 미군 재편 방안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미래형 사단급 사령부(UEx)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미 8군사령부의 하와이 이동이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주일미군은 주한미군보다 규모가 큰 미래형 군단급 사령부(UEy)가 1~2개 들어선다. 이를 위해 주일미군 사령부가 군단급 사령부로 확대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미 본토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 있는 1군단이 일본으로 간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 사령관은 4성 장군에서 3성 장군 또는 소장급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주한 미 2사단이 미 1군단 소속이지만 2사단의 지휘 통제는 일본으로 가는 1군단이 맡지 않게 한다는 게 미국의 방침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일미군이 주한미군을 지휘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2사단의 지휘 통제는 태평양사령부가 맡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주일미군은 주한미군에 대한 지원 역할을 대폭 확대한다.

?주한미군 재편과 협상 전략=주한 미 2사단사령부는 미래형 사단급 사령부로 개편된다. 보유 무기 체계가 기존의 사단보다 크게 강화된다. 특히 현재 1여단을 개편해 만든 미래형 전투여단(UA) 한개가 고정 배치된다. 또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하와이와 주일미군 등에서 UA 다섯개 이상을 즉각 한국으로 이동시켜 전투력을 보강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 구상이다.

외교안보 당국 관계자는 "그래서 미국은 항만과 공항이 있는 평택 지역을 주한미군의 주축(허브) 기지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완전한 미래전력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기갑 중심의 1여단과 지원 부대인 포병.공병.전방지원 대대 1여단 전투단이 한개씩 배속된다. 특히 미측 전투부대의 개념에는 정찰대대가 포함돼 있어 향후 무인정찰기 등의 정찰 장비가 대거 확충될 전망이다.

한편 한국은 19일의 11차 FOTA 회의에서 미 2사단의 다연장포 대대 등 핵심 부대의 철수를 2006년 이후로 늦춰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3개 대대 중 1개가 빠지는 아파치 헬기 대대의 경우 현재 도입된 주한미군 아파치 롱보 신형 헬기의 무장과 공격력이 기존 구형의 두배 안팎인 만큼 3분의 1의 감축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용어 해설=미국이 추진 중인 미래 목표전력(Objective Force)은 실제 전투부대인 UA(Unit of Action)와 이를 운영.지휘하는 증강된 사단급인 UEx(Unit of Employment-x), 증강된 군단급인 UEy(Unit of Employment-y)로 구성된다. UEx에는 기갑 UA 2개, 보병 UA 1개, 스트라이커 여단 1개, 항공 UA 1개, 지원 UA 1개 등 총 6개의 여단급이 소속된다. 1개의 UA는 대대급 수준인 미래전투체계(FCS: Future Combat System) 6~8개로 구성된다. 미국은 무인전투장비 등 미래 첨단무기로 무장할 FCS를 2008년부터 실험하고, 2014~2018년에 본격적으로 UA를 만들 계획이다. 주한 미 2사단도 조정 과정을 거쳐 이때쯤 완전히 개편된다. UA 등 미래 목표전력이 만들어지면 기존의 미 육군부대와 무기는 대부분 폐기되고 잠정 전력인 스트라이커 여단은 이 목표전력에 흡수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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