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싸우는'인권여전사' 파키스탄 변호사 자항기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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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파키스탄의 여성변호사 아스마 자항기르 (47) 의 이력은 화려하다.

수도 라호르에 17명의 변호사를 둔 대형 법률회사 공동대표, 파키스탄 최대의 무료법률자문센터 대표, 법개혁 추진을 위한 '여성행동포럼 (WAF)' 창립멤버 등 굵직한 국내직함 때문만이 아니다.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여성인권운동가로서 그녀의 명성은 이미 국제적이다.

이같은 경력을 훑어보면 알 수 있듯 그녀는 인권변호사다.

자항기르는 지난 71년 줄피가르 알리 부토 대통령이 계엄령을 포고하고 야당정치인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를 체포했을 때 대학생 신분으로 대법원에 탄원소송을 제기하면서 '불의와의 투쟁' 을 시작했다.

82년 지아 울 하크 대통령의 군부정권이 여성인권을 더욱 제한하도록 이슬람종교법을 강화하자 그녀는 대규모 항의집회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에 체포되면서 '작은 여전사' 라는 별명도 붙었다.

자항기르의 보호대상은 약자들이다.

모호한 '신성모독죄' 에 걸려 종교적 탄압을 당하는 기독교.힌두교도들과 배우자선택의 자유 등을 억압당하는 이슬람교 여성이 그들이다.

노동학대를 당하는 아동도 포함된다.

유엔인권위의 재판 외 임시.즉결처형 특별보고관이기도 한 그녀는 마침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던 제55차 인권위에서 이러한 파키스탄 여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이런 활동 때문에 그녀는 "국제사회에서 파키스탄의 이름을 더럽힌다" "파키스탄 여성들이 가족에게 반항하게 만든다" 며 살인협박에 시달린다.

그녀는 "내가 믿는 것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 며 굳은 의지를 보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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