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칼날로 부패척결 나선다-KBS '어사출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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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풍자가 주는 멋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웃음 속의 칼날' .드라마에서 풍자는 여러 이유로 다루기 힘든 주제들을 '먹기 쉽고 보기 좋게'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KBS2에서 9일 새로 시작하는 일요 시추에이션 단막극 '어사출두' (밤9시.양기선 연출) 도 이런 풍자의 칼날을 빼들고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는 어사의 모습을 코믹터치로 그려낸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 후기. 혼란스런 사회상을 틈타 창궐하는 비리는 '위조 상평통보 사건' '가짜 어사 소동' '왜관의 밀무역 사건' 등 참으로 다양하다.

제작진은 비리는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듯하다. 첫회인 '만남' 의 경우 돈 많고 나이 든 선비들과 어린 낭자들의 은밀한 만남이 성행한다는 내용. 쉽게 눈치챌 수 있듯 최근 문제가 됐던 '원조교제' 를 풍자한 것이다.

앞으로도 '농협비리' '부실공사'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문제점을 '보신탕 뇌물사건' '창덕궁 부실공사의 비밀' 등으로 선보인다.

'어사출두' 는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주제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썼다. 첫째는 무협 액션. '임꺽정' 으로 인기를 끌었던 정흥채가 어사보 '필삼' 으로 출연한다.

둘째는 잔잔한 에피소드. 기생집 '춘몽각' 과 라이벌 관계인 주막집의 갈등이 보는 맛을 더해준다. 춘몽 (이영자) 의 딸로 우희진이 주모딸로 강성연이 나섰다.

'진정한 정의사회와 사랑' 이라는 거창한 기획으로 9시 뉴스 시간대에 30대 남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어사출두' .관건은 제대로 된 풍자다. 비유의 거리가 너무 짧으면 질 낮은 코미디로 전락하고 너무 멀면 고답적인 교훈극이 되고 말 것이다.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풍자를 선사할지 관심을 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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