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아직 멀었다] 지역이기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남 여수시 한려해상국립공원내 39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된 백도는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매우 불편하다.

여수에서 출발해 반나절이면 섬을 일주하고 돌아올 수 있는데도 반드시 거문도에 가서 그곳 유람선을 타고 구경해야 하기 때문. 그러다 보니 당일여행이 1박2일 코스로 늘어나곤 한다.

여수의 한 해운업체가 최근 여수발 백도관광 선박편을 지방해운항만청에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규정상 하자는 없었다.

여수.백도간 직항을 허용할 경우 관광수입이 줄게될 거문도 주민이 반발할까봐서였다.

지역이기주의.

'우리 지역 규제는 풀어야 하고, 다른 곳의 규제는 그냥 두자' 는 이기심은 모든 자기중심주의가 그렇듯 서로 충돌하게 마련이다.

최근 건설교통부는 수도권의 자연보전권역에 외국인 투자지분이 51%를 넘는 관광지 조성사업을 할 경우 면적이 6만㎡를 넘더라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의 수도권 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경기도야 물론 '외자유치를 위해 너무나 당연한 조치' 라는 입장이지만, 대구.대전시와 강원.충북도 등 다른 지자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경우 경기도만 살고 다른 지역은 모두 망한다" 는 것이다.

카지노 문제도 마찬가지다.

내국인 상대 카지노를 유치할 예정인 강원도 태백.정선 등 폐광지역 주민 대표.도의원 등은 최근 제주도청을 찾았다.

이미 8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성업중인 제주도가 내국인 상대 카지노도 유치할 계획을 세우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 이들은 제주도 간부들에게 "내국인 상대의 카지노는 태백.정선에만 설치돼야 한다" 면서 양보를 촉구했다.

그러나 제주측은 펄쩍 뛴다.

"국제관광지를 조성하는 판에 카지노를 빼놓으면 무얼 하라는 것이냐" 고 반문한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 를 통한 이기와 이타 (利他) 의 조화 - .개혁성공을 위한 논의의 화두로 삼음직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