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돈방망이 바이코리아 어떤 주식 사들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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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동안 현대측은 수신고의 절반 가량을 주식매입에 사용한다는 방침만 발표한 채 정작 어떤 종목을 사들이는지는 밝히기를 꺼려와 투자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영업비밀이란 이유였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입수한 현대투자신탁운용의 '바이코리아 운영현황표' 에 따르면 바이코리아펀드는 지난달 9일 이후 포철.한전과 삼성.LG그룹 주요 계열사 등 대형 우량주를 2조원 이상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종목은 한달새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평균 두배 이상 웃도는 수익률을 내며 최근 주식시장의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더구나 현대측은 3년 이내에 바이코리아 수탁고 1백조원 달성을 장담하면서 수신고 가운데 50조원 이상을 주식매입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혀 주식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어떤 종목을 샀고 얼마나 남겼나 = 지난 26일 현재 바이코리아펀드 수탁고는 총 4조4천2백29억원. 이중 2조6천6백19억원어치를 주식매입에 사용했다.

나머지 돈은 채권 (9천6백억원) 과 기업어음 (4백78억원) 등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코리아가 사들인 주식은 포철.한국통신.삼성전자 등 실적이 우량하고 상장주식수가 많아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들이 주류를 이룬다.

<표 참조> 이 펀드가 주식매입을 시작한 지난달 9일의 주가와 26일 종가를 비교해본 결과 삼성물산은 무려 1백40%가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35.5% 상승했다.

현대증권.LG증권.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주와 포항제철 등 우량 제조주, 국민은행.신한은행 등 은행주들도 7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펀드 편입비중 상위 20위 종목들의 평균수익률은 60.5%로 지수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바이코리아가 사들이는 종목은 현대투신운용의 펀드매니저들로 구성된 투자관리위원회에서 선정한 74개 종목군에 속한 주식들이다.

지난해 결산실적이 우량하고 향후 2~3년간의 추정실적이 동업종 경쟁사에 비해 뛰어난 기업주식들이라는 설명이다.

최대문 바이코리아 운용팀장은 "앞으로 투자대상 종목을 1백개 정도로 늘릴 예정이며 성장성이 좋은 중소형주들도 상당수 편입시킬 계획" 이라고 밝혔다.

◇ 1백조원 달성은 가능성이 있나 = 현대가 3년내 목표달성을 장담하는 근거는 현대투자신탁에 예치돼 있는 20조원에 달하는 공사채형 펀드 수신고. 은행 금리하락에 따라 고수익상품으로 이탈하려는 공사채형 펀드의 고객들을 주식형 펀드인 바이코리아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투신의 공사채형 수탁고 가운데 최근 한달 동안 1조원 이상이 바이코리아로 옮겨간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시중 실세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간접투자상품인 바이코리아 판매고가 지난 15일 이후로만 하루평균 1천5백억원씩 늘고 있다.

현대투신운용에 따르면 지난 27일 현재 바이코리아 펀드 가입자수는 개인이 7만3천4백여명이며 법인이 7백23개. 현대투신운용측은 공동판매를 담당하는 현대증권의 판매분을 감안하면 개인 가입자수는 14만여명, 법인수는 1천개를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럴 경우 개인의 가입금액은 1인당 평균 2천2백만원, 법인은 6억5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은 "약 4백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중 유동자금 가운데 25% 정도는 바이코리아를 통해 주식매입자금으로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 고 장담했다.

임봉수.김원배.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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