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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부인 “한글 공부 시작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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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탤런트 이서진씨가 14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의 포스터 앞에서 두 사람의 면담 내용을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일본의 차기 총리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62) 민주당 대표 내외가 14일 탤런트 이서진(36)씨와 만났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하토야마의 개인 사무실에서다. 지난달부터 NHK 위성채널을 통해 방영 중인 드라마 ‘이산’ 홍보차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씨와 차기 내각 인사와 정권인수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토야마 대표의 만남에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하토야마 대표의 부인 미유키(幸·66)여사가 이날 만남의 자리를 있게 한 주인공이라는 후문이다. 미유키 여사는 이병헌·송승헌·박용하 등 한국 연기자를 좋아하는 한류 팬으로 유명하다. 하토야마 대표가 부인을 배려해 바쁜 중에도 이씨 측의 면담 제안에 응했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대표의 어머니 야스코(安子·87)여사도 2년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한류 팬이지만 이날 면담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씨가 “드라마 이산이 방송되고 해서 일본에 오게 됐다”고 운을 떼자 하토야마 대표는 “앞으로 정조처럼 정치를 하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새로운 정치,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조선 22대 왕인 정조(1776~1800년)는 과거제도 개선과 탕평책 등 개혁정책을 통해 민본 정치를 펼쳤다. 이씨는 회담을 마친 뒤 “미유키 여사가 정조의 개혁을 주제로 한 드라마 이산에 대해 관심이 많아 하토야마 대표도 자연스럽게 정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하토야마 대표에게 “내년으로 한·일 간 문화교류 10주년이 되는 만큼 양국 간 문화 교류가 잘 되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하토야마 대표는 “한국에서도 일본 배우나 가수들이 활동을 많이 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씨는 한나라당의 정몽준 신임 대표가 13일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하토야마 대표에게) 축하의 말을 전해주고, 괜찮다면 만나 뵐 수 있도록 얘기를 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잘 알겠다고 전해달라.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씨와 미유키 여사와의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다. 미유키 여사는 하토야마 대표가 미국 스탠퍼드대에 유학할 당시 만나 결혼했다. 미유키 여사는 “한류 드라마를 즐겨 본다. 이서진씨의 드라마도 봤다”고 말했다. 이씨가 도자기 세트와 DVD세트를 선물하자 그는 “여기에 음식을 담아야겠다. DVD를 보면서 한글 공부를 해야겠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20분간 이뤄진 이날 면담은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씨가 “한국에 오시면 좋아하는 탤런트들을 다 모아서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미유키 여사는 “이젠 이서진씨 하나로 충분하다”고 농담을 했다. 하토야마 대표가 “한국 배우들은 대학에서 연극을 열심히 배워서 그런지 경험이 풍부한 것 같다”고 하자 이씨는 “저는 대학(뉴욕대)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했다”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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