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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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병역면제 비리 수사는 5개월간 모두 57명의 수사관이 투입돼 1천여명을 소환 조사했던 만큼 뒷얘기도 풍성했다.

○…합동수사부는 군.검.경 세팀으로 이뤄져 어디에 본부를 차릴지 고심하다 결국 대전으로 이전한 서울 후암동 구 (舊) 병무청 청사로 결정.

수사팀은 청사 건물이 워낙 낡아 비가 새고 제대로 난방이 되지 않아 야전 침대와 침낭에 난로를 피워가며 추위를 견뎠다.

○…수사팀은 청탁 부모.브로커.판정 군의관을 막론하고 처음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당초 병무기록에 의존하는 방법을 택했다가 여의치 않자 일단 혐의자들의 재산상태를 조사, 부유층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혀 성과를 냈다고. 일부 군의관과 브로커들은 범행을 자백한 뒤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관계 서류간의 필적이 다르면 혐의가 짙다" "거주지와 동떨어진 곳에서 진단서를 뗀 경우 틀림없이 허위 서류" 라고 코치하기도 했다.

○…브로커들은 막판까지 청탁 부모들을 찾아다니며 "제발 5백만원만 줬다고 진술해 달라" 고 구명운동을 폈다는 후문. 한 브로커는 청탁자와 함께 연행되는 차안에서도 수신호로 금품 액수를 낮춰달라는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는 것.

○…합수부는 면제 청탁자가 1백35명에 이르자 구속.불구속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고심하다 결국 법원의 판단을 활용키로 하고 우선 액수가 많은 청탁자들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그 결과 금품 공여액이 2천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영장 기각이 되는 경우가 빈번해져 이를 기준으로 구속.불구속을 가렸다는 후문.

○…불구속 입건된 성남시 의원 김종윤씨는 6단계를 통해 아들의 병역면제를 청탁했으나 결국은 실패. 金씨가 고교 동창에게 준 4천만원은 군 관계자.병무청 직원.군의관 등 6단계를 거치면서 점차 사라져 버렸고 아들도 병역면제를 못받고 공익근무 요원으로 판정됐다고.

병무 청탁 자체가 불법인 탓에 청탁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 돈을 돌려준 케이스는 한건도 없었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

○…이번 수사로 전.현직 군의관 16명이 구속된 국군수도병원의 일부 진료 파트는 사실상 마비상태. 특히 병역면제 사유로 애용된 디스크.고도 근시를 판정하는 외과와 안과의 경우 외과처장과 안과과장부터 일반 군의관까지 8명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남정호.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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