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란배 4강전서 창하오 조훈현과 붙자 中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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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나이가 좀 들었다 하더라도 세계바둑계의 호랑이였던 조훈현9단이 그렇게 만만한 것일까. 중국이 처음으로 주최한 제1회 춘란배세계바둑선수권대회 8강전은 여러가지 이유로 화제가 만발했다.

23일 대국장인 우한 (武漢) 의 동방대반점 1층의 넓은 홀에 마련된 해설장엔 무려 4백여명의 팬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중국의 엄청난 열기를 대변했다.

그러나 대회는 조훈현9단이 중국의 저우허양 (周鶴洋) 7단을 흑 불계로, 곧이어 최명훈6단도 일본의 왕리청 (王立誠) 9단을 역시 흑불계로 꺾어 한국의 압승무드. 중국이 모처럼 거금을 쏟은 대회에서 중국이 죽을 쑨다면 스폰서인 춘란그룹은 생각이 달라진다.

그것이 걱정이 되어 중국기원측은 전전긍긍. 헌데 이창호9단이 천적인 요다 노리모토 (依田紀基) 9단에게 역전 반집승을 거둔데다 유창혁9단마저 중국의 희망 창하오 (常昊) 8단을 필승의 형세로 몰아치고 있어 준결승전은 자칫 한국의 국내대회가 될지도 모를 상황.

이장면에서 창하오가 역전 반집승을 거두자 해설장은 온통 함성과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한국기원의 직원조차 "유9단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 고 고백할 정도.

드디어 문제의 추첨시간. 한국3명에 중국1명인지라 먼저 창하오가 추첨하여 4번을 뽑았다. 그다음 차례는 조훈현9단. 그런데 관중들이 느닷없아 3번을 합창하지 않는가. 3번은 4번과 대결한다.

즉 중국팬들은 한국 3명중 조9단이 가장 만만하다고 본 것인데 (아니면 이창호와 만날까 너무 걱정되어 그랬을까) 조9단은 정말 3번을 뽑아 창하오와 대결하게 됐고 관중석에선 박수소리마저 터져나왔다.

조9단으로서는 은근히 화나는 장면이었지만 한국기사 3명은 중국 팬들의 지긋지긋하고 끝없는 사인공세에도 끝까지 웃는 얼굴로 대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준결승은 5월21일 한국.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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