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전설 숨쉬는 신비의 '동화나라'- 옹진군 장봉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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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엄마, 인어공주 정말 있어?" "인어공주는 꿈이야. " "그래도 인어공주 보고 싶어!" 꿈을 먹고 자라는 어린이에게는 여행도 꿈이다. 인어전설의 섬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장봉도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월미도에서 뱃길과 찻길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꼬마섬. 그러나 인어전설이 살아있는 섬이기에 어린이에게는 꿈의 섬이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을 떠난 배는 40여분동안 갈매기떼와 함께 신도를 거쳐 장봉도에 닿는다. 하선하는 이도 마중하는 이도 별로 없는 한가한 선착장. 쓸쓸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뜻밖에 마중나온 것은 인어상이다. 바다를 향해 그리운 시선을 던진 청동의 인어상. 5년전부터 인어공주는 장봉도 선착장에서 말없이 앉아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2백년은 족히 됐을 거야. 장봉 앞바다에는 날가지라는 어장이 있었어. 연평.대청어장과 함께 조선 3대어장으로 꼽혔지. 하루는 그 어장에서 최씨라는 어부가 그물질하는데 이상한 고기가 걸려 올라왔어. 자세히 보니 허리 윗부분은 사람 모양과 비슷하고 아랫부분은 고기 모양을 하고 있었어. 최씨는 그 고기를 인어라고 생각하고는 즉시 물에 놔줬지. " 장봉2리 노인회장 김인영씨 (77) 의 옛날 얘기다.

그러나 전설치고는 그리 오래지 않은 얘기다. 인어를 낚았던 어부 '강화 최씨' 의 무덤이 지금도 장봉도 국사봉 자락에 있으니 말이다.

"최씨는 인어를 놓아준 뒤로 날가지 어장에서 날마다 고기를 많이 낚았어. 그 후손들도 날로 번창했지. " 김씨의 말에 따르면 최씨 후손들은 20여년전 장봉을 떠나 지금은 서울.인천에서 은행장.병원장등으로 잘 살고 있다.

장봉 (長峰). 섬이 동서로 길게 누웠고 봉우리가 많아 붙여진 이름. 하지만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해야 해발 1백50m.어느 봉우리에 오르든 장봉도는 물론 양쪽으로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섬은 온통 신록이다. 그 신록너머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인어는 아마 멀리 백령도를 거쳐 연평도 해안을 타고 이곳 장봉도 앞바다까지 왔으리라. 장봉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고기비늘처럼 반짝이는 물빛이 유난히 신비로워 인어의 전설을 꿈꾸게 한다.

해안선 길이 23㎞. 3백60가구, 8백여명이 사는 작은 섬. 하지만 한때 날가지어장이 성할 때는 2천여명이 살았다. 이제 어업이랄 것도 없다. 통발 게잡이가 고작이다.

섬아이들이 마을 앞 공터에서 통발로 집과 탁자를 만들며 소꿉놀이를 한다.수줍어 하는 아이들에게 "너 인어전설 아니?" 라고 묻지만 고개만을 가로저을 뿐이다.

장봉도의 영화는 인어의 전설이 살아 있던 때 일런지도 모른다. 이제 어업이 인어전설처럼 사라져 가고 있다. 젊은이들도 인어전설이 사라진 장봉도를 떠나고 있다.

최근에는 영종도 공항이 들어서면서 장봉도는 상대적으로 더욱 외지고 빈곤한 섬이 됐다.

5년전 옹진군청에서 세워놓은 인어상은 아마도 인어전설을 다시 기억하고 떠났던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이제 도회지의 어린이들이 인어전설의 꿈을 찾아 장봉도를 찾고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인어처럼 아름다운 섬 장봉도가 꿈의 섬이 될 것이다.

이순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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