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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열기 못따르는 어린이 관람질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사간동이 어린이들로 북적댄다.

금호미술관 (02 - 720 - 5114) 의 어린이날 기획 '쿨룩이와 둠박해' 전. 관람객이 하루 평균 2백명정도였던 이 미술관에 전시 첫날인 14일부터 일주일 동안만 8천여 명이 다녀갔다.

단체관람 예약도 이미 마지막날인 5월9일까지 꽉 차 3천7백여 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의 '이중섭 특별전' 에 이어 다시금 사간동 화랑가에 '대박' 이 터진 것이다.

이 기획전은 일종의 '콜럼버스의 달걀' 이다.

아무나 하기 힘들지만 막상 열어놓고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레고.스티커 사진기.코스프레.그림 그리기 등 아이들이 군침을 삼킬 만한 소재를 모아 마음껏 놀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내용을 미술관에 풀어놓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데서 이 전시의 가치가 빛난다.

비영리 공간인 미술관의 할 일과 상당 부분 부합되며, 전시 형태의 다양성이라는 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전시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문화적 무질서다.

엄마들의 뜨거운 교육열이 미술관까지 이들을 끌고 왔지만, 미술관 측에서 "문화 공간에 오면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해야 하는 지를 전혀 모른다" 고 볼멘 소리를 할 정도로 상당수가 소리지르고 뛰고 구르며 벽에 낙서를 한다.

이러다 관람객이 더 많아지면 자리 싸움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문화 인프라는 외형적으로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무엇보다 문화를 제대로 향유할 줄 아는 태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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