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신기술 현주소 英BT 중앙연구소 현장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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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마틀샴 = 이원호 기자]2000년대 우리 생활상을 바꿔놓을 정보통신기술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동북쪽으로 2시간정도 차로 달려가면 나오는 외곽도시 마틀샴에 위치한 세계 3대 통신회사중의 하나인 BT (브리티시 텔레콤) 사의 중앙연구소는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이른바 '최첨단 밀레니엄 상품' 의 산실 (産室) 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창조할 수는 있다' 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이 연구소는 4천여명의 직원들이 매년 8억달러를 들여 2천개 가까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세계의 정보통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상품화를 눈앞에 둔 알짜배기 기술들을 현장에서 담아봤다.

◇ 스마트퀼 (Smart Quill) =만년필 (또는 담배갑) 모양의 초소형 개인정보단말기 (PDA) .연구실에 들어서면 안경을 낀 한 연구원이 만년필로 허공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 모습이 보인다.

안경은 만년필과 연결된 특수 화면장치. 허공에 쓰여진 문자나 명령어가 바로 이 안경의 한쪽 구석에 보여진다. 이용자는 안경이 투명해 눈 앞의 시야와 컴퓨터화면을 함께 볼 수 있어 걸어 다니면서 인터넷 등 각종 업무가 가능하다. 휴대폰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책임연구원인 제리 보우스킬 (35) 박사는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며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명함을 받으면 바로 이름을 만년필로 입력해 그 즉시 상대방 몰래 신상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 고 소개했다.

◇ 원격참여 (Telepresense)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토론할 수 있는 '가상현실 대화형회의' 기술. 연구실에는 책상 윗면 전체를 액정화면표시장치 (LCD) 로 만들고 그 앞면에는 병풍처럼 둥근 모니터를 설치한 특수장비가 있다.

그래함 워커 (38) 책임연구원이 책상 위 LCD에 손끝으로 뉴욕과 호주에 있는 친구의 이름을 입력하자 병풍 모니터에 두 사람이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를 배경으로 나타났다. 대화하다 자료를 전달할 경우 LCD화면에서 손끝으로 해당 데이터를 꺼낸 뒤 '전송' 명령어만 선택하면 된다.

◇ 비전돔 (Vision Dome) =유적지나 건축설계도 등을 컴퓨터에 입력, 실제 크기의 가상화면으로 확대한 뒤 이용자가 유적 및 건물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기능상의 문제점을 체크할 수 있는 기술. 연구실에는 가상화면이 구현되는 반경2m정도의 '3차원 사이버 비전돔' 이 있다.

도그 트레일 (34) 책임연구원이 컴퓨터로 '이집트 유적지 탐방' 서비스를 선택하자 돔 전체가 피라미드의 내부 복도로 변했다.

◇ 대화형음성응답 (Interactive Voice Response) =음성으로 주문과 신용카드 정보를 알려주면 컴퓨터가 접수해 자동으로 배달까지 수행하는 기술. 예를 들어 이용자가 'S백화점을 가자' 고 말하면 컴퓨터는 해당 백화점의 상품리스트와 실제모양,가격 등을 보여 준다.

이때 'K물건을 3개 사서 X주소로 배달해 달라' 고 음성으로 명령하면 컴퓨터는 해당 백화점과 배송업체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 홍채인식 (IRIS Scanning) =지문보다 1백배 이상 개인별로 차별이 되는 눈안의 홍채를 개인신상정보의 열쇠로 만든 기술. 자동차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열쇠가 없어도 주인이 자신의 눈을 확인장치에 대기만 하면 문을 열고 시동까지 걸 수 있다.

더 나아가 중앙데이터센터에서 개인정보들을 종합 관리할 경우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온라인 대금지불 계약서를 작성한 뒤 사인 대신에 홍채를 인식하면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안심하고 상거래를 할 수 있다.

롭 메이휴 (42) 책임연구원은 "일란성 쌍둥이도 홍채 정보만은 다르다" 며 "열쇠와 신용카드가 필요없는 시대가 온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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