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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파 디마지오, 한눈판 클린턴과 악수도 거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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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스포츠 선수와 미모의 여성 연예인.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꿈 같은 사랑 이야기가 자주 매스컴을 장식한다. 왜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는 걸까. 스타라는 공통점,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들을 빠르게 끌어당긴다고 한다. 이들의 화려한 사랑도 숱한 고비를 넘어 둘만의 행복에 이르는 과정은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왼쪽부터 에디트 피아프-마르셀 세르당 커플, 데이비드-빅토리아 베컴 부부. 오른쪽은 방송인 최미나(왼쪽)씨와 맏딸 화란양을 안고 있는 축구스타 허정무씨. [중앙포토]

챔피언을 잃은 슬픔 ‘사랑의 찬가’
한 줌의 불빛 아래서 에디트 피아프가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객석에는 슬픔이 흘러넘치는 듯하다. ‘사랑의 찬가’. 피아프는 세상을 떠난 연인 마르셀 세르당을 위해 이 노래를 부른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버린대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아무래도 좋아요. …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당신의 인생이 갈라진다 해도 당신이 죽어 먼 곳에 가버린다 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 또한 당신과 함께 죽는 거니까요…’.

세르당은 권투선수였다. 피아프는 미국 공연 중이던 1947년 세르당을 만났고, 곧 연인이 됐다. 세르당은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아내와 자식을 둔 남자였다. 그러나 피아프에게는 문제가 안 됐다. 세르당은 1948년 9월 미들급 세계챔피언에 올랐고, 세기의 철권과 ‘샹송의 여왕’의 사랑은 프랑스를 열광시켰다.

이듬해 10월, 피아프는 뉴욕에서 공연 중이었다. 세르당도 미국에서 경기할 예정이었다. 세르당은 여객선을 타고 뉴욕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되도록 빨리 와 달라는 피아프의 전화를 받고 비행기로 바꿨다. 비행기 사고로 세르당은 사망했다. 세르당이 전화로 한 마지막 말은 ‘빨리 가겠소. 당신에게 키스를…”이었다고 한다.

피아프는 자책감과 절망으로 반미치광이가 됐다. 끼니를 거르고, 밤마다 세르당을 떠올리며 울부짖었다. 세르당의 영혼을 부르기 위해 강령술사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욕실에서 떠오른 멜로디를 악보로 옮겨 적은 곡이 ‘사랑의 찬가’다. 1983년 클로드 를르슈 감독은 이 슬픈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에디트와 마르셀’. 세르당의 아들인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 주니어가 아버지 역을 맡았다.

숨질 때 “이제 먼로를 다시 보겠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 영감이 대어를 만났다. 그러나 미끼를 문 물고기가 영감이 탄 조각배를 망망대해로 몰고 나간다. 영감은 속으로 다짐한다. “위대한 디마지오처럼, 발뒤꿈치 뼈를 다쳐 몹시 고통스러운데도 모든 플레이를 완벽하게 해낸 그 훌륭한 선수처럼, 나도 훌륭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산티아고의 디마지오, 그리고 헤밍웨이의 디마지오는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조 디마지오다. 뉴욕 양키스 전성기의 주역이며 명예의 전당 회원이자 56경기 연속안타 기록 보유자다. 그러나 야구선수로서의 위대함 못잖게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의 사랑, 결혼과 이혼으로 유명하다.

디마지오와 먼로는 1951년 1월 14일 결혼했다. 그러나 이 결혼은 9개월 만에 파경을 맞는다. 세기의 섹스 심벌 먼로 주변엔 결혼 후에도 남자들이 들끓었다. 디마지오는 참기 어려웠고, 먼로가 ‘7년 만의 외출’을 찍을 때 결국 폭발한다. 그 유명한 장면,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스커트 자락이 올라가는 장면에서.

먼로는 극작가 아서 밀러와 재혼하지만 다시 헤어진다. 이후 그녀는 약물중독으로 심신이 엉망이 됐다. 먼로를 잊지 못하던 디마지오는 다시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재결합이 임박한 1962년 8월 5일, 먼로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사인은 ‘약물중독’으로 발표됐다.

디마지오는 먼로의 장례식을 주관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디마지오는 먼로의 시신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며 “I love you”라고 두 번 속삭였다고 한다. 디마지오는 199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재혼하지 않았다. 그리고 매주 먼로의 무덤에 장미꽃을 바쳤다. 디마지오는 먼로가 호색한 사내들 때문에 희생됐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디마지오는 바람둥이를 경멸했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혼외정사로 물의를 빚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1995년에는 칼 립켄 주니어가 연속경기 출장기록을 세울 때 볼티모어의 야구장에서 클린턴을 만났다. 디마지오는 클린턴과의 악수를 거절했다.

숨을 거두기 전 디마지오가 한 말은 “이제 먼로를 다시 볼 수 있겠군”이었다고 한다.

감수성 예민한 미녀에 잘 끌려
최근 프로야구 히어로즈의 이택근 선수와 영화배우 윤진서씨의 교제가 화제가 됐다. 프로축구 정조국 선수는 탤런트 김성은씨와 다가오는 12월 결혼할 예정이다. 이렇듯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사랑이 드문 일은 아니다. 프로권투 세계챔피언 홍수환-톱가수 옥희 커플, 축구스타 허정무-방송인 최미나 커플, 농구 스타 이충희-탤런트 최란 커플이 유명하다. 외국의 경우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농구선수 토니 파커와 영화배우 에바 롱고리아 부부가 유명하다.

남성 스포츠 스타와 여성 연예인의 사랑은 언제나 관심을 모은다. 성공한 스포츠인이나 연예인은 부와 명성을 함께 누리는 데다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자신에 대한 인식이 비슷한 이성에게 끌리는 면도 있을 것이다.

허정무씨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측하기 어렵고 부침이 심하다는 면에서 운동선수와 연예인은 흡사한 점이 많다.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힘든 고비마다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용규(체육철학)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기본적으로 운동선수들의 심성은 곱고 맑다. 그들 특유의 순수한 영혼에 감수성이 예민한 여성 연예인들이 매료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안 교수는 “한눈 파는 일 없이 운동에 전념해 온 선수들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감성적인 여성들에게서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릴린 먼로(왼쪽)와 조 디마지오. [중앙포토]

인기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위기
교제 중이거나 결혼한 스타들 가운데는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적잖다.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는 1980년대 미녀 스타 브룩 실즈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야구선수 조성민씨와 영화배우 고 최진실씨는 스포츠-연예 사상 최고의 관심을 모으며 결혼했지만 남남이 됐다.

어느 한 쪽이 인기를 잃거나 수입이 줄었을 때, 둘 사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변에 동료 스타와 팬들이 득실거리는 남다른 생활환경도 변수가 된다. 무엇보다도 스타들의 사랑을 힘들게 하는 것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다는 점이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는 사랑의 결핍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토로한다. 사랑은 어떤 행위조차 필요로 하지 않고, 단지 곁에 있음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반대로 곁에 없음은 고통이 되고, 미움과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역 운동선수는 잦은 국내외 원정과 합숙 등으로 파트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다. 연예스타 역시 공연과 녹화 등을 이유로 집을 떠나 지내는 시간이 길다. 이런 점 때문에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결합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기도 한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커플의 공통적인 비결은 보통 부부들과 다름없다. 서로에 대한 이해. 스포츠든 연예든 겉보기에는 화려해도 속으로는 치열하고 무자비한 경쟁의 한복판에서 힘겹게 버텨나가는 삶이다. 한 발만 헛디뎌도 모든 것을 잃고 나락에 떨어질 수 있는 빡빡한 생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온 커플만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다.

허진석 기자 huhba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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