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영화배우가 된 영화평론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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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영화 '북경반점' 엔 신구.김석훈.명세빈 등의 배우들 말고도 특별한 배우들이 잠깐 출연한다. 그들은 얼굴보단 '영화평' 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영화평론가들이다.

영화에 나오는 중국식당에서 동창모임을 갖는 중년 신사들 중에 포함된 J모.Y모 평론가. 그들은 음식을 맛보며 요리사들을 긴장케하는 인물들로 등장해 일반 관객들은 눈치채지 못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얼굴을 알고 있는 극소수 관객들은 잠시나마 웃음을 머금게 되는 장면이다.

평론가들의 영화출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래전 영화 '투갑스' 에도 평론가 모씨가 잠시 얼굴을 비췄고, 지난해 개봉된 영화 '남자의 향기' 에도 또다른 평론가가 출연했다.

그러나 평론가들이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풍경을 재미로만 보기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들의 영화출연엔 평론가와 제작자의 친분, 촬영현장에 대한 평론가의 관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스크린과 거리를 두고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영화를 보고 엄격한 평을 해야 할 그들의 직무는 어떻게 할까. 평론가는 영화배우도 될 수 있고, 감독도 제작자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연기에 시간을 빼앗기는 평론가보단 보다 더 폭넓은 지식과 안목으로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평론가가 필요한게 아닐까. 평론가가 아직 펜을 들고 있을 때까지는 말이다.

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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