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 '아저씨 댄스음악'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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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저씨 댄스그룹' 클론이 국내외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있다. 최근 그들이 낸 3집은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발매돼 각각 20만장이 팔리는 인기를 모으고있다.

클론의 새음반은 우선 전성기 박미경처럼 팽팽한 목소리의 CF송 여가수 김태영을 참가시켜 보컬을 강화한 점이 돋보인다.

타이틀곡 '돌아와' 는 80년대를 주름잡았던 평키리듬이 신시사이저 음향과 함께 신나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김태영의 농익은 보컬과 클론 멤버들의 된장 냄새 풍기는 '한국형' 랩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1년 넘는 칩거기간중 연습한 두 멤버의 근육질 댄스도 한결 비주얼한 매력을 발산한다. 보컬.랩.댄스가 수준급의 성취도를 보이는 클론 3집은 한국 댄스뮤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척도가 될 듯하다. 클론 3집은 우리 댄스뮤직에 두가지 시사점을 보여준다.

첫째는 댄스가수도 30대 (구준엽.강원래 모두 69년생이다)가 출현했고 고객층 역시 30대로 연령층이 확대돼 댄스가 '10대용 음악' 에서 성인음악으로 지평이 넓어졌다는 점. 또 하나는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코리안 댄스뮤직' 이 한국가요를 대표할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대만에서 클론의 인기는 여명.장국영등 4천왕으로 불리는 현지 남자 스타가수들을 능가하고 있다.

일본에선 올초 H.O.T 팬클럽이 결성돼 회원 30여명이 멤버들을 만나러 최근 입국했을 정도. 해외진출 못지않게 한국 프로듀서의 해외가수 제작활동도 활발하다.

클론의 프로듀서 김창환은 지난해 가을 중국소녀 5명으로 구성된 중국 최초의 댄스그룹 '청춘미소녀대' 를 제작한데 이어 올여름 일본인 소년 5명으로 구성된 댄스그룹을 도쿄에서 제작.발표할 계획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는 "한국 댄스음악의 장르화및 세계화는 사실 7년째 댄스음악이 가요판을 독주하며 자본과 기술을 축적한 당연한 결과로 봐야한다" 고 분석한다.

80년대 록.발라드.포크 등 다른 장르와 사이좋게 공존하던 댄스음악은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이후 한국 가요계의 70%이상을 잠식하는 '괴물' 로 떠올랐고 그 권력은 99년 현재까지 여전하다.

단일 장르의 '7년 독주' 는 우리 가요사에 유례를 찾기 힘들다. 평단은 '다른 장르를 깡그리 죽이고 독식하는 파시스트' 로 댄스를 규정하고 냉담한 시선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댄스음악은 하우스부터 힙합까지 다양한 리듬을 개발하고 컴퓨터 연주부문에서 아시아권 정상의 역량을 축적했다.

또 립싱크에 대한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클론처럼 노래와 춤을 동시에 해내는 실력파들을 배출해냈다 (일본.대만에서도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하는 가수는 거의 없다).

수준 이하 댄스가수들은 가요계의 공해라는 전제 아래 팝컬럼니스트 송기철씨는 "서태지 등 서구 팝 수준에 오른 스타들의 활약이 댄스음악의 위치정립에 기여했다" 면서 "방송에서 제대로 된 댄스가수를 계속 발굴하되 다른 장르 가수들도 균형있게 소개해야 음악발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 이라고 말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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