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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왕방한 특별회견] 홍석현사장-블레어 英총리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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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 =블레어 총리의 제3의 길은 정치적인 가능성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발견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그러나 동시에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대한 부정 (否定) 의 처방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제3의 길의 내용과 방향은 뭡니까.

블레어 =제3의 길의 의미부터 설명하죠. 제3의 길은 현대화된 최신의 사회민주주의 입니다. 사회정의와 중도좌파의 정책목표 실현에 정열을 쏟으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세상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여 유연하고도 혁신적인 수단으로 목표를 달성하자는 사회민주주의가 제3의 길입니다.

제3의 길은 세계 각국에서 등장한 여러가지 믿음 (Beliefs) 의 집단, 영국에서는 노동당의 현대화계획의 지침이 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예컨데 그것은 오늘날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금융자산이나 물리적인 자본 보다는 인적 (人的) 자본이 더 필수적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원을 배분하는데는 시장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교육과 보건과 복지같은 서비스까지 시장게 맡길수는 없고, 시장도 잘못될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한 룰과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이런 것들이 제3의 길의 지도이념입니다. 영국에서 이런 지도이념이 어떻게

정책결정에 적용되는지 예를 들어 보지요. 우리는 앞으로 3년 동안 교육과 보건 부문에 4백억 파운드를 추가로 투자합니다. 그것은 꼭 필요한 투자죠. 재무부와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부처간에 '공공서비스에 관한 협정' 을 체결합니다. 이런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화와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한 추가예산을 지출합니다. 그리고 추가투자로 기대되는 개혁의 목표를 상세히 밝히고 공개합니다. 추가투자를 계속할 것인가 여부는 추가투자의 성과에 달렸습니다.

복지는 개혁이 불가능한 분야라고 주장한 사람들은 노동당정권의 복지개혁

을 보고 당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뉴딜 정책을 통해서 총선거 이후 지금까지 젊은층의 실업율을 절반으로 줄였어요. 복지혜택을 받는것 보다 직업을 갖는데서 더 보람을 찾는 정책을 도입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를 졸업했습니다. 부양할 자녀를 가진 결손가정에는 희망하는 경우에 직업을 알선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취업의 기회를 잡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지금 의회의 임기안에 일을 하지 않고 복지비로 생활하는 14만의 결손가정의 가장이 직업을 가질것입니다. 2년전의 총선거 당시 1백만명의 결손가정이 국가의 지원을 받던 복지의 상향추세에 비하면 극적인 역전 (逆轉) 입니다. 이것이 노동당정부의 복지개혁 방식입니다. 그렇게해서 절략된 예산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자녀를 가진 가정과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로 돌아갑니다.

홍 =블레어 총리께서 '새로운 영국' 이라는 저서에서 말한대로 세계화가

지금 국민국가의 성격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한국정부 단독으로는 외국의 막강한 투기자금을 통제하는 것은 고사하고 국가경제를 통제하는 힘도 없음을 실감합니다. 세계화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인것 같습니다.세계화의 속도를 적당히 늦출 필요가 있을까요.

블레어 =세계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우리는 시계를 거꾸

로 돌릴수도 없고 세계화가 가져 오는 엄청난 변화를 막겠다고 국경을 닫을수도 없어요. 편협한 민족주의는 표면적으로는 매력있게 보일지 몰라도 장

기적인 해답은 못돼요.

그러나 세계화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선택할수 있어요. 가만히 앉아서 변화에 농락 당할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국제적인 제도를 갖추고 지역문제와 세계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수도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국제환경 속에서는 국제적인 금융거래와 국내의 금융거래에 더 확실한 투명성이 요구되고, 금융거래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더 잘 감시하고 규제해야 하며, 금융기구와 국내의 규제기관간에 더욱 효율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감시와 규제에 일단 합의를 한 이상 모든 나라가 그것들을 지킬 책임이 있어요. 우리는 같은 배를 탔습니다.

그래서 어떤 나라에게도 옆에서 방관할 권리를 인정할수 없어요. 예컨데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아시아에서 수천마일 떨어진 영국 북부지방에 있는 나의 선거구에서도 실업자가 늘었습니다.

홍 =금융위기를 맞은 한국은 경제의 구조개혁을 하고있습니다. 그러나 정

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80년대의 영국도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일반론적인 입장에서 한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한다고 보십니까.

블레어 =남의 나라 노동문제와 국내정치에 말려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

나 이런 말은 할수 있어요. 번영과 고용은 직장내의 협조관계에 달렸다는게

세계적인 컨센서스라는 말입니다. 물론 우리는 구조조정의 사회적인 영향에

제대로 대비해야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해법은 사람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그 기술을 항상 새롭게 유지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겁니다. 국가와 기업은 더 큰 변화의 도전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번영의 열쇠는 새로운 시장, 새로운 상품,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겁니다.

홍 =아시아 금유위기가 시작되기 1년반전에 블레어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행한 연설에서 아시아의 '네마리의 용들' 의 경제발전을 찬양하고 영국도 그런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총리는 사회주의를 아시아 스타일의 협조주의 (Corporatism) 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암시했습니다.앵글로색슨의 자유시장 모델을 버리고 좀 더 통제받는 모델을 염두에 뒀던겁니까.

블레어 =어떤 특정한 모델을 다른 나라에 도맷금으로 도입하자고 한게 아닙니다. 나라마다 역사가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른건 말할것도 없습니다. 그때 내가 주창한 것은 민관 (民官) 파트너관계를 보는 시각을 바꾸자는 것이었어요.

국내총생산 (GDP) 의 40 내지 50 퍼센트를 차지하는 공공부문이 한쪽에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전혀 별개의 민간부문이 있다고 보는건 낡은 생각입니다. 지금은 진정한 파트너관계가 경제적인 성공의 비밀이라는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민간부문의 장점을 배우는 공공부문과, 강력한 공동체 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진 민간부문을 필요로합니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에 필요한 룰을 정하여 민간부문을 지원하고, 민간부문은 현대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근로자들이 올바른 기술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잘 되는 환경을 만들어 경제적인 성공을 도와야 합니다.

홍 =유로 (Euro)가 유럽공동체의 단일통화로 정착되면 달러와 유로와 일본 엔의 3극 기축통화의 시대가 옵니까. 영국은 언제 유로에 참가합니까.

블레어 =유로는 이미 세계 제2의 통화입니다. 영국이 제1진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유로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영국이 유로에 가입하고 안하고는 영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영국 무역의 절반 이상이 유로권을상대로 해요. 영국의 가입문제에 대한 노동당정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유로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국에 확실히 이익이 된다고 판단될때 가입하겠다는 것도 발혔어요. 분명히 잠재적인 잇점이 있지만 아직은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잇점입니다.

우리는 유로가입이 영국에 이익이 되는 엄격한 판단기준을 갖고 있어요.

우리는 유로가입이 어떤 경우에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지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는 영국 경제가 현재는 유럽대륙의 경제와는 다른 사이클에 머물고 있다는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첫번째 유로가입의 조건은 영국경제가 유로권의 다른 경제와 같은 단계에 이르는겁니다. 세계경제의 변화와 뜻하지 않은 사태가 와도 적응할수 있는 충분한 유연성을 갖췄다고 확신할수 있어야 해요. 유로가입이 영국의 금융산업과 투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고용문제에 미칠 영향의 평가가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영국의 유로가입은 몇년후가 될것 같습니다. 최종적인 결정은 국민투표로 합니다.

홍 =이곳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볼때 훌륭한 정치지도자의 조건은 뭡니까.

블레어 =국가의 장래와 세계적인 역할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갖고, 비전의 실천을 위한 정책을 구상하여 정력과 결단력을 거기에 쏟아부을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것이 확고한 가치관과 신념을 갖는거죠. 가치관과 신념이 없으면 비전과 정책을 구체화할수 없어요. 내가 정치를 시작한건 신념때문입니다. 예의범절과 사회정의와 근면에 대한 보상과 강력한 공동체와 가족의 중요성과 책임이 따르는 권리에 대한 신념이 있어서 정치에 투신했습니다. 그런 신념은 영국인들과 다른나라 사람들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해요.

홍 =블레어 총리가 모델로 삼는 인물 (Role model) 이 있습니까.

블레어 =솔직이 말해서 없습니다. 내가 존경하고 배우는 인물은 많지만 어느

한사람을 지목할수는 없습니다.

홍 =지금 한국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을 앞두고 '엘리자베스 붐'이 일고 있습니다. 영국 여왕을 기다리는 한국인들에게 하실 말씀은.

블레어 =여왕께서도 한국방문을 고대하고 계시다는걸 압니다. 여왕의 방문으로 영국과 한국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나는 경제위기를

잘 해결하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들을 대단히 존경합니다. 한국인들은 번영하는 경제와 공정한 사회를 조화시키는 방법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영국이 하고싶은 일입니다.여왕을 초청하고 또 극진하게 대접하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합니다.

홍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내년 10월 서울서 열리는 아셈 (ASEM) 정상회담때 다시 뵙겠습니다.

진행= 김영희 국제문제대기자

[토니 블레어 총리 약력]

▶1953년 5월 6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출생

▶에든버러 페테스 칼리지 (사립중)

▶옥스퍼드대 세인트 존스 칼리지 (법학 전공)

▶75년 노동당 가입, 76년 변호사 자격 획득

▶83년 하원의원 당선 (30세)

▶84~87년 노동당 재정.경제 담당 대변인

▶88~93년 노동당의 에너지.고용. 내무담당 섀도 장관 역임

▶94년 노동 당수로 선임 (41세)

▶97년 총리 취임

▶부인 셰리 부스 (45.변호사) 여사와 2남1녀

▶저서 '젊은 세기에 대한 나의 비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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