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워 거센 '용틀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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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의 초반 중국 돌풍이 무섭다. 승천하는 용의 기세라고 할까.

17일(한국시간)까지 41개의 금메달 중 10개를 쓸어가면서 종합 메달 순위 선두다. 2위 호주(금 6)와도 격차가 크다. 미국(금 3).러시아(금 1)는 아직 상대가 안 된다. '금 30개 이상'이라는 목표를 향한 순조로운 진군이다.

중국은 여자 공기소총에서 두리가 대회 첫 금메달을 따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17일 남자 공기소총에서는 주치난이 세계신기록을 쏘며 우승했고, 수영 여자 평영 100m에서도 루쉐쥔이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통적 강세 종목인 다이빙(금 3).사격(금 3).역도(금 2)에서 순탄한 금 사냥이다. 탁구.배드민턴.체조에서도 3개씩을 목표로 걸어뒀다.

아테네에서는 "이러다가 중국이 종합우승하는 것 아니냐"는 웅성거림이 들리고 있다. 당초 중국은 미국에 이어 러시아와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한데 미국이 수영 등 강세 종목에서 부진하면서 이를 이변의 조짐으로 보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초강세는 예견된 것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은 '베이징에서는 종합우승'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엘리트 스포츠에 총력 투자해 왔다. 국가에서 훈련 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선수를 1000명에서 2000명으로 늘렸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주는 포상금도 8만위안에서 20만위안(약 3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렸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국가와 해당 성(省)에서 주는 포상금과 기업의 후원금 등을 합쳐 100만위안 이상을 받게 된다.

베이징에 있는 차이나 라디오 인터내셔널의 황영국 기자(조선족)는 "중국은 기존 강세 종목에다 '119 프로젝트(합쳐서 119개 금메달이 걸린 육상.수영.조정에 집중 투자)'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베이징에서 종합우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수준이 좀 떨어져도 이 세 종목에 많은 선수를 데려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4년에 한 번씩 올림픽 다음해에 열리는 전국인민체육대회에서 유망주를 발탁, 3년간 집중 육성한다.

취약 종목은 외국의 유명 지도자를 초청해 수준 향상에 나선다. 매년 중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경기체고 사격부 양영복 감독은 "중국은 선수 한 명에 지도자 한 명이 붙어 2~3년간 동고동락한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의 지원과 자신감은 선수단의 분위기까지 바꿔놓았다. 전체적으로 활기가 넘치는 가운데 두리.루쉐쥔 등 금메달리스트들은 단정한 외모에 세련된 매너까지 갖춰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엄청난 위력의 대륙풍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다. 태권도.양궁.유도 등 몇 개 남지 않은 우세 종목마저 중국에 잠식당한다면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테네=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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