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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와르 전총리 실형선고…말레이시아 정국 또 혼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말레이시아 법원이 안와르 이브라힘 (52) 전 부총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징역 6년이다.

안와르의 지지자들은 대대적인 시위에 들어갔다.

안와르의 부인 아지자 이스마일 (47) 이 이끄는 국민정의당 (NJP) 도 반정부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정정불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콸라룸푸르 법정의 폴 오거스틴 판사는 14일 부패 및 권력남용과 관련한 안와르의 네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판결을 내렸다.

더구나 판사는 "형기는 판결과 동시에 시작된다" 고 선언했다.

지난해 9월 체포된 안와르의 7개월간의 구금기간은 형기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안와르측은 재판 도중 이미 재판부기피신청을 하는 등 오거스틴 판사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안와르는 아직도 5건의 동성애 혐의와 1건의 부패혐의에 대한 재판을 더 받아야 한다.

안와르는 판결후 "놀라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19년째 집권 중인 마하티르 (74) 총리와 민주세력의 한판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부총리는 "마하티르 총리의 '책임있는 리더십' 은 21세기에도 계속될 것" 이라며 "바꿔야 할 것도 많지만 지켜야 할 것은 더 많다" 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부장관도 "항의시위에 참여하는 대학생은 유급시키겠다" 고 경고했다.

하지만 학생과 야당 등은 "마하티르 타도" 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시위대 3천여명은 이날 '안와르는 결백하다' 는 플래카드와 안와르가 내걸었던 '리포르마시 (개혁)' 를 외치며 이슬람사원에서 법원까지 행진했다.

법원 주위를 경비하던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경찰과 맞섰다.

일부 시위대는 방화를 시도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날 아지자가 이끄는 NJP는 "이번 판결에 분노한 말레이시아인들이 우리를 지지할 것" 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또한 야당은 "말레이시아 사상 유례없는 4개월간의 재판과정에서 경찰의 가혹행위 등 불법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면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다.

마하티르의 중병설도 말레이시아의 정국을 혼돈 속으로 몰고 가는 요인이다.

마하티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를 다녀온 뒤 지난 4일 폐질환으로 긴급 입원, 열흘간을 병상에서 보냈다.

여기에 정부의 임기가 내년 4월로 끝나고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도 야당의 투쟁을 부추기고 있다.

또 조기총선 실시설도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아지자가 NJP를 창당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안와르 전부총리 관련 일지

▶98년 9월2일 = 마하티르 총리, 경제위기 책임 물어 안와르 부총리 해임

▶9월20일 = 경찰, 안와르 동성애 등 혐의로 체포

▶9월21일 = 안와르, 반정부 투쟁 선언

▶전국적 규모 안와르 지지 시위 발생 (이후 계속)

▶9월30일 = 안와르, 검찰 신문에서 '고문당했다' 고 주장마하티르 총리, '안와르 눈부상은 자작극' 주장검진 의사, 안와르 상처는 고문에 의한 것 판정 ▶11월2일 = 재판 시작

▶11월30일 = 안와르, 마하티르에게 해임 부당 법적 소송

▶99년 1월5일 = 경찰총장, 안와르 고문 시인

▶4월4일 = 안와르 부인, 국민정의당 창당

▶4월14일 = 부패혐의로 6년형 선고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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