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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의 재테크 세미나] 장기투자 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80년이후 최근까지 주식과 채권투자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주식이 채권을 능가한 국면은 87~90년 주식이 대세상승의 바람을 탔던 시기뿐이었다.

80년에 1천원을 채권에 투자한 경우 지난해말 1만6천원 (16배) 으로 불어났으나 주식에 투자한 경우 고작 6천원 (6배) 으로 불어났다. 즉 주식에 관한 한, 흔히 말하는 장기투자는 실패로 끝났고 시장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타이밍이 중요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IMF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 일어나고 있는 제반여건의 변화는 이러한 투자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금리가 하락했고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특히 경제성장률의 감소와 그에 따른 금리하락으로 채권의 인플레이션 헤지 (물가상승 보상) 기능이 약화될 것이다. 채권의 시대는 가고 주식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식에 장기투자할 기반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함부로 나설 수 없다.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속도와 방법엔 이견이 있지만 구조조정과 부채비율 감소가 우리 경제의 거품을 제거하고 견실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구조조정이 예상밖으로 지연되거나 상위재벌중 하나가 부도가 난다면 주가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또 미국주가의 폭락과 중국 위안의 평가절하 등 해외요인도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해 보면 장기투자의 의미는 분명해진다. 78년 1천달러를 주식에 투자한 경우 97년 현재 평균 2만1천달러로 불어났으나 단기국채에 투자한 경우 겨우 4천달러로 불어났다.

그런데 주식투자의 경우 수익률이 높았던 15개월을 제외하면 투자가치가 6천달러로 감소해 타이밍에 치중한 단기매매가 수익률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2백50조원에 달하는 투신권 수탁고중 주식형의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하다. 펀드의 거의 대부분이 장.단기 공사채형이라는 얘기다.

이를 미국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기형적인가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주식형펀드의 비중은 전체 뮤추얼펀드 시장의 53%에 달한다. 간접투자가 일반화된 미국의 예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지만 국내에서도 주식형의 비중이 20% 정도, 규모로 약 40조원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흔히 우려하는 올해의 유상증자 물량 20조원 이상을 감안하고도 과잉잠재수요가 주식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자산배분의 중요성이다. 미국의 경험을 보면, 투자수익의 91%는 주식.채권.현금 등 자산배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개별 종목을 얼마나 잘 고르느냐 보다 시장상황에 부응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더 중요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아직 개인투자자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큰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위험노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목표 투자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기관의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할 것이다.

투자자보호에 소홀한 상황에서 뮤추얼펀드는 기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박현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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