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컴퓨터바이러스 24시간이면 백신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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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인터넷 전자우편을 통해 감염되는 멜리사바이러스가 출현해 기업의 업무를 망치고 개인 컴퓨터를 못쓰게 만드는 등 막심한 피해를 입혔다.

오는 26일에는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라는 CIH가 출현한다고 해 네티즌들에 비상이 걸렸다. 멜리사의 경우는 다행히 경찰 등 공권력이 개입해 범인을 검거하고 기업들이 적극 대처해 조기에 진압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 것이 바로 바이러스 백신이다.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주사를 맞고 병에 걸리면 항생제를 먹어 치료하듯이 백신프로그램은 컴퓨터 바이러스로부터 전산시스템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경로부터 백신으로 치료되는 과정을 짚어 본다.

◇ 바이러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바이러스는 컴퓨터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전문가들이 자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 퍼뜨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로 20~30대다.

최근에는 10대 소년들이 호기심으로 기존에 나온 바이러스를 흉내내고 아류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컴퓨터가 잘못된 작동을 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수백가지에 달하는 각종 오작동 유형을 적절히 조합하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한달 평균 2천~3천개의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 백신 제조법 = 백신업체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백신만들기에 들어간다. 이제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면 이 바이러스를 디스켓 또는 전자우편 형태로 받아둔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전송 도중에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캡슐 소프트웨어를 써서 포장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바이러스를 접수받으면 먼저 분석작업을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디버거' 라는 프로그램. 이것은 병균을 확대해 볼 수 있는 현미경과 같은 것으로 각종 병을 일으키는 유형 (코드) 을 알아낸다.

백신은 이들 코드를 알아낸 뒤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각종 기능만을 모아 짜맞춘 프로그램이다. 이미 알려진 기법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면 2~3시간안에 치료제 제조가 가능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일 경우 연구원들이 직접 제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24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때 모든 작업은 외부의 통신 네트워크와 완전 차단된 '멸균격리실' 에서 이뤄지게 된다.

작업이 끝나면 바이러스를 감쌌던 캡슐소프트웨어나 전자우편.디스켓은 전염방지를 위해 소각처리한다.

◇ 향후 개발전망 = 인터넷을 이용한 바이러스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이제까지의 전염경로는 전자우편이었지만 6개월전 PC화면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웹사이트만 클릭해도 감염시키는 기법이 개발돼 관련업체마다 이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 아류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면역기법을 도입하는 것도 향후 과제다. 이 기법은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했는데 한번 걸린 바이러스에게는 아류라 해도 감염되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

전자상거래의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컴퓨터안에 백신프로그램을 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때문에 온라인비즈니스업체들은 별도의 백신관리용 컴퓨터를 따로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어떤 전문회사가 있나 = 올해 전세계 백신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1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업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시만텍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7억달러였다.

이 회사의 '노턴안티바이러스' 는 2만3천개 정도의 바이러스를 잡아냈는데 이번에 멜리사 바이러스에 완벽히 대처해 최근 2주일동안 주가가 30%나 뛰기도 했다.

2위는 네트워크 어소시에트. 국내업체중에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가장 유명하다. 이 회사의 V3는 토종바이러스를 포함, 1만개 정도의 바이러스를 잡아낸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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