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에 살해된 '예비신부'는 우리 누나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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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34)씨가 검찰조사과정에서 "결혼을 하루 앞 둔 '예비신부'를 살해했다"는 충격적 진술을 한 뒤 피해자로 보이는 가족의 제보가 접수됐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유씨의 진술이 알려진 후 전모(22.공익근무요원)씨가 이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누나가 결혼 전날 실종됐다"고 털어놓았다.

전씨는 누나 전모(25.화장품 판매업)씨가 결혼 전날인 지난 5월 14일 밤부터 연락이 두절된 후 지금까지 실종상태라고 전했다. 5년간의 열애 끝에 준비된 결혼식은 전씨의 갑작스런 실종으로 취소되고, 약혼자 신모씨가 지난 5월 21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가족들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전씨는 물론, 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소식도 듣지 못한 상태다. 가족들은 "가출한 적은 물론,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고 사라진 적도 없었다"며 "기사 내용이 당시 상황과 너무나 흡사해 제보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족들이 전씨가 연쇄살인의 피해자일 거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청첩장과 다량의 식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예비신부라는 걸 알았다는 유씨의 진술 부분.

가족측은 "맏이인 전씨가 부모를 대신해 예식장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다"며 "그날도 예식장에 들러 하객들에게 나눠줄 식권 등을 챙겨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 약혼자 등 가족들이 전씨가 사라졌다고 진술한 시간은 5월 14일 오후 11~12시쯤. 전씨는 이틀 뒤 거행될 결혼식을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G예식장에 들러 드레스, 식사 등에 대한 최종 점검을 한 뒤 오후 10시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부근서 약혼자와 헤여졌다는 것. 당시 전씨의 실종신고를 한 약혼자 신모씨는 경찰조사에서 "헤어질 당시 약혼녀가 서울 노원구 본가에 간다고만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소중한 보금자리도 마련한 상태였다.

지난 98년 고교 졸업 후 사회에 뛰어들어 가족들에게는 생활력 강한 장녀로, 약혼자에게는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랑으로 살아온 전씨였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서울 노원경찰서 측은 이 사건을 유씨의 살인행각이 드러난 지난달, 해당 수사팀인 경찰청 기동수사대에 의뢰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유영철 사건이 터진 지난달에 전씨 실종사건과 유영철 살인행각의 연관관계가 의심돼 기동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IP, 휴대전화 추적 등 수사결과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팀의 답변만을 받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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