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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부산서 독설 절정] 'DJ 못된 짓만 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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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YS (金泳三전대통령) 의 사흘간 외출은 원색의 정치시위였다.

특히 그의 '정치적 고향' 부산에서 YS는 피폐한 민심을 자극하며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8일 자갈치시장과 중구보수동의 한 음식점에서 차례로 열린 조찬.오찬모임을 통해 YS는 삼성자동차 빅딜, 한.일 어업협정 문제 등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빅딜이란 이름으로 삼성.LG 등 부산.경남지역 기업을 하나 하나 거둬가고 있다" "공산주의를 빼곤 대통령이 직접 빅딜하는 나라는 없다" "무식한 방법에 의한 협상이며 망국적 행위" 라고 맹비난했다.

金대통령에 대해 " '준비된 대통령' 이라고 하지만 보복하기 위한 대통령이다" "못된 짓만 하고 있다" "입만 열면 거짓말" 이라는 등 원색적인 용어를 구사했다.

인사편중 문제에 대해선 "못된 짓" "요즘하는 꼬락서니" 등 극한 용어를 동원했다.

심지어 " (정부의) 중요 직책은 물론 언론사 사장.편집국장 등 주요 간부들마저 모두 전라도 사람이 차지했다" 고 몰아붙였다.

민주산악회.민추협 멤버 등 2백여명의 옛 정치 동지들과 함께 한 오찬에선 "박정희 군사독재에 항거하고 5공 군사쿠데타 정권의 종말을 가져오게 한 것도 부산" 이라며 "부산 동지들이 싸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겠느냐" 고 반문했다.

'민주화 성지' 의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는 독려가 배어 있었다.

YS는 자신의 부산 발언이 정치적 목적이 아닌 우국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했다. 지역감정 조장이란 비난과 여론의 역풍을 경계한 것이다.

자갈치시장내 한 음식점에서 가진 조찬엔 10명의 부산 의원들이 합류했다.

신상우 (辛相佑) 국회부의장을 비롯, 박관용 (朴寬用). 김무성 (金武星). 박종웅 (朴鍾雄). 정의화 (鄭義和). 김도언 (金道彦). 정문화 (鄭文和).김진재 (金鎭載). 김형오 (金炯旿) 의원 등 16명의 한나라당 의원 중 절반 이상이 모였다.

무소속 한이헌 (韓利憲) 의원도 가세했다.

당초 강경식 (姜慶植.무소속) 의원도 참여의사를 밝혀왔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YS와 같은 테이블에서 생태국과 생선회 등으로 아침식사를 했는데, 분위기는 냉랭했고 표정도 밝지 않았다.

이에 앞서 시장 입구에서 승용차에서 내린 YS는 3백m 가량을 걸어가며 나와있던 상인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고, 상인들은 박수로 환대했다.

YS의 손을 잡고 "우리좀 살려주이소" 라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감회를 묻는 보도진의 질문에 YS는 "어시장이 많이 피폐해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어시장인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오찬모임이 있는 식당 건물 건너편에선 '창국 및 6.25 참전 동지회' 소속 60~70대 노인 10여명이 '국민의 살림을 망친 자는 반성하라' 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YS는 오찬 후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둔 뒤 2박3일의 나들이를 마치고 귀경했다.

부산 =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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