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천년왕국' 제작진 고려관련 자료없어 애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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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고려를 따르자니 막막하고 당나라를 따르자니 자존심이 울고…. ' .우국충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10월 방영예정인 KBS '천년왕국' (가제) 제작진의 하소연이다. 공영방송인데다 고려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사극이어서 KBS의 사명감은 남다르다.

NHK 사극처럼 일일이 고증을 거쳐 최대한 사실적으로 당대를 재현한다는 다짐. 하지만 고려시대에 관한 자료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넘어야 할 산이다.

가장 먼저 난관에 부딪친 건 의상. KBS 아트비전 측이 최근 여러 자료들을 검토해 만든 고려 귀족 여인의 의상 (그림) 이 당나라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일부 복식연구가에 의해 제기됐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치마가 저고리 위로 올라간 부분. 이의를 제기한 한 복식연구가는 "고려도 당시 서역까지 세력을 뻗친 당나라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겠지만 수입품일 가능성이 큰 만큼 귀족들의 일상복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며 "KBS측이 고증자료로 제시하는 탱화도 종교적 상징성이 있어 당대 복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고 지적했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방영에 앞서 이런 현실적 한계들에 대한 명시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경주에서 발견된 토용 (土俑.찰흙으로 빚은 사람모양의 토기) 은 물론 경남 거창의 둔마리 고분벽화나 고려시대 불교 그림인 탱화까지 일일이 뒤져 고증작업을 하고 있지만 자료가 부족해 동시대 중국 자료도 참고하고 있다" 고 털어놓았다.

실제 12명의 고증위원들과 함께 이런저런 자료들을 취합해 고려 여인의 의상을 만들었더니 목둘레가 둥글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KBS측은 저고리가 치마 위로 올라간데다 목둘레까지 둥글게 처리하면 당나라 의상과 너무 흡사해 목둘레만은 일반 한복처럼 가기로 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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