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백신 큰 장 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움직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차제에 돈 벌고 업계 내 위상을 높이는 한편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발벗고 뛰는 업체라는 이미지 제고 효과도 노린다.

◆신종 플루 백신 확보=7월 전남 화순에 국내 첫 독감 백신 공장을 세우고 양산에 들어간 녹십자는 신종 플루 백신 부족 우려가 제기되자 면역증강제 공급업체를 물색해 왔다. 면역증강제는 바이러스와 같은 항원의 면역 반응을 증폭시키는 물질로, 이를 사용하면 백신의 생산량을 2~4배로 늘릴 수 있다.

이 회사는 결국 9일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에서 신종 플루 백신 2000만 도스(1도스는 1회 투약분)를 만들 수 있는 면역증강제 MF59를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그동안 면역증강제를 사용한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있었으나, 10여 년 동안 4500만 도스의 독감 백신에 MF59를 함께 사용한 결과 별다른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녹십자 측은 전했다.

녹십자는 7일부터 자체 생산한 신종 플루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간 데 이어 다음 주 중 면역증가제를 섞은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허가가 나기까지 보통 두 달쯤 걸린다.

이병건 부사장은 “이번 계약으로 녹십자 신종 플루 백신을 접종받는 인원 수가 크게 늘어 국내 신종 플루 백신 부족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은 중국산 신종 플루 백신에 대해 21일 식약청에 신속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이 회사는 1일 중국 백신업체 시노박에서 1000만 도스 이상의 신종 플루 백신을 공급받는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식약청이 긴급한 상황 시 내리는 신속심사 신청이 받아들여져 최종 허가를 받을 경우, 11월 말이면 국내에 수입 약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에 따르면 시노박이 중국에서 1644명에게 시험용 백신을 투여한 결과, 1회 접종으로 82~95% 사람에게서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전용관 R&D(연구개발) 센터장은 “시노박의 백신은 다른 글로벌 기업의 백신보다 30%가량 싸지만 품질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타미플루 복제 열풍=식약청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5곳(4건)이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복제약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복제약이 시판 허가를 받으려면 식약청으로부터 오리지널 신약과 인체에서 동등하게 작용한다는 검증을 받아야 한다. 종근당과 SK케미칼(씨티씨바이오와 공동)이 생동성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고, 국제약품과 대웅제약도 최근 생동성시험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타미플루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특허권자의 독점권을 유예하는 ‘강제실시’를 발동하지 않는 한 타미플루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16년까지는 복제약을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다국적 제약사 로슈에 추가 구매의향서를 보냈다. 이는 정부가 ‘강제실시’를 발동할 계획이 당분간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타미플루에 대해 강제실시권 발동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 제약사가 신종 플루 확산을 활용해 주가를 띄우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