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 중국 총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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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일 (현지시간) 미국을 찾은 주룽지 (朱鎔基) 중국총리의 발걸음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국제적으로는 나토의 유고 공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중국은 공습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때문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도 쉬워보이진 않는다.

그는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요약.

- 미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 입장에선 분명히 건설적 동반자 관계를 원한다. 중국이 미국의 적이나 라이벌이 아니고 믿을 만한 친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러나 친구라는 사실이 미국의 모든 정책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

-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현실에 대한 견해는.

"인정한다. 그러나 세계사를 보면 영원한 강대국은 없다. 따라서 미국은 대외정책에 있어 그들이 옹호하는 민주주의.자유, 그리고 평등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

- 중국이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전역미사일방위 (TMD) 체제에 위협을 느낀 이유는.

"우선 TMD가 미사일 확산을 막자는 세계의 반미사일 조약에 위배된다. 또 세계평화에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 대만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것은 분명한 주권침해다. "

- 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를 맨몸으로 막은 시민을 어떻게 생각하나.

"탱크가 그를 깔아뭉개지 않고 피해서 갔다. 여기에 사태의 본질이 있다. "

- 총리는 한때 우익분자로 낙인찍혀 20년 동안 고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의 경험이 현재 행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당시 고통스러웠지만 내 인생에는 매우 유익했다. 나는 보다 많이 느낄 수 있었고 사회 각층을 보다 많이 볼 수 있었다. 정부내 다양한 견해를 수용해 내는 것도 아마 이때 배운 경험 때문일 것이다. "

- 미국과의 WTO가입 협상은.

"원래는 문제없이 잘 진행됐다. 그런데 최근 미 행정부가 의회 압력에 못이겨 태도를 바꿨다. 이틀전 미국 의회대표들을 만나 중국은 WTO 가입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점을 얘기했다. 지난 13년동안 가입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WTO 없이도 우린 살 수 있다. 우리는 미국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양보를 했다.

문제는 우리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미국이 비합리적인 요구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난관에도 양측 협상은 타결 직전이다.

다만 미 무역대표부가 국내업체로부터 더 많은 개방을 얻어내라는 압력에 시달려 타결을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 "

- 최근 중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가 줄고 있다. 이를 반전시킬 계획은 없나.

"외국투자가 줄고 있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전년보다 9억달러가 늘어난 4백59억달러에 달했다.

한두달 준 것으로 투자가 줄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

정리 =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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