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총격사건 스크린에 담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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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국내 첫 제작된다. 이름하여 'JSA' (가제) . '접속' 등을 히트시킨 국내 굴지의 영화제작사인 명필름이 만든다.

원작은 97년말 민음사에서 나온 박상연의 소설 'DMZ'. 현재 시나리오 작업과 자료수집이 한창이다. 총 17억원의 예산으로 만들어질 이 영화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일어나는 남북한 병사들의 총격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남한의 정국은 이른바 총풍 (銃風) 사건으로 일대 혼미상태이고, 이 와중에서 북한군 병사 14명이 죽자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한 중령이 진상조사차 한국에 파견된다.

공교롭게도 베르사미란 이 중령은 스위스 국적의 한국인 혼혈로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제3국으로 망명한 북한군 전쟁포로. 그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자 정치세력들의 왜곡과 조작.음모 등이 드러난다.

명필름의 심재명 이사는 "미스터리 드라마로서 영화상에서 어떤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 이라며 "새천년을 향한 남북한 화해의 모색이 주제라면 주제" 라고 밝혔다.

'새천년' 과 '화해' 가 어울리는 만큼 이 영화의 개봉시점이 상징성을 더한다. 명필름은 2000년 1월 1일 0시에 이 작품을 개봉할 계획.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 등 일종의 밀레니엄 영화들의 준비되고 있지만, 사실상 21세기의 정서적 기점이 되는 이날 개봉되는 영화는 'JSA' 가 처음일 것 같다.

연출은 신예 박찬욱 (36) 감독. 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 으로 데뷔한 박감독은 충무로에서도 내로라하는 영화광. 그러나 이같은 해박한 영화적 지식과 시나리오 능력은 갖췄지만 대중보다는 소수 지향의 컬트미학 때문에 항상 '미완의 대기' 로 평가받고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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