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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연일 독설 왜 이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의 DJ (金大中 대통령) 비난이 강도를 높여 계속되고 있다.

전날에 이어 7일에도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김대중 대통령' 이란 호칭은 하룻새 '김대중씨' 로 바뀌었다.

YS는 경남 일원의 시장.군수 및 시.도의회 의원 8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DJ를 빗대 "그에게 불행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사람의 불행을 바라진 않지만 내가 막을 재간이 없다" 며 金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YS주변에선 정권 퇴진운동을 암시한 것으로까지 해석했다.

측근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같은 YS의 대 (對) DJ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YS가 의도하든 않든, 그의 행보는 이미 "선거를 겨냥한 영남권 표심 (票心) 을 얻기 위한 사전포석" 으로 받아들여졌다.

김광일 (金光一) 전 비서실장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부산.경남 (PK) 의원들은 더욱 YS에게 매달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 이라며 은근히 YS의 영향력을 내세웠다.

한나라당 박종웅 (朴鍾雄) 의원은 "YS는 정치일선에 나서는 일은 안중에도 없다" 며 신당 창당설을 일축하면서도 "50년 정치를 한 사람이니 일거수 일투족이 정치행위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 했다.

여론의 역풍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에 앞서 YS는 오전 부친 홍조 (洪祚) 옹을 방문했다.

퇴임 직전인 98년 2월 다녀간 후 1년2개월여만의 부자상봉이다.

마산시 회성동 자택 앞에 나와 기다리던 주민과 일일이 악수를 한 YS는 부인 손명순 (孫命順) 씨와 함께 큰절을 올린 후 선영참배 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

홍조옹이 먼저 "이렇게 와줘 고맙다.

날씨가 안좋다고 해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졌지" 라고 물었고, YS는 "비가 온 후 좋아졌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홍조옹은 "야당시절에도 비가 온다고 하다가도 네가 다니면 날씨가 좋아지지 않더냐" 라며 아들의 활동재개를 은근히 격려했다.

홍조옹은 또 거제 선영과 생가방문에 2백여명이 수행한데 대해서도 "대통령도 아니고 해서 20여명 정도 갈 거로 예상했는데 그 10배가 더 왔다카더라" 며 흐뭇해했다.

YS의 측근은 현철 (賢哲) 씨가 구속된 97년 홍조옹이 손자를 면회하기 위해 상경했던 일을 떠올리며 "현철씨가 '아버지 (YS) 를 만나보고 가시라' 고 하자 '아들 잡아넣으려고 대통령 됐나' 라며 끝내 그냥 내려가신 일도 있었다" 고 일화를 소개하면서 두 부자의 이날 교감에 의미를 부여했다.

YS는 수행한 의원들이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하자 "아이고 웃기고 있네. 여야가 짝이 맞아서…" 라며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YS는 이날 오후 경남고 동기모임인 '삼수회 (三水會)' 행사에도 참석했는데 행사장 입구에선 한때 50대 시민 2명이 ×자가 쓰여진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벌이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창원 =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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