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린마당]초등교 회장선거에 현수막까지 내건 학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학기를 맞아 초등학교 어린이 임원선거가 한창이다.

그런데 반장 및 전교 어린이회장 선거가 과열양상을 넘어 학부모까지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하니 개탄할 일이다.

교내에서 정정당당히 학생들만 해야 할 선거운동이 학교를 벗어나 아파트단지나 주택가에 선전벽보까지 나붙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학부모들이 대형 현수막을 만들어 내걸고 평소 안면이 있는 학부모에게 전화공세를 펴는 등 극성을 부린다니 언급하기조차 창피한 일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 반장이나 회장을 임명제나 당번제로 변칙운영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직선제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학생자치와 민주시민으로서의 체험을 가로막는 학교측의 편의주의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직선제의 기본목적은 어린이들이 투표를 통해 임원을 선출,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자질을 갖추는 데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어른들이 나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고도 이런 어른들이 정치분야를 냉소하고 선거문화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자식만 생각하지 말고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건전한 선거토양을 물려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전하지 못한 정치풍토.선거문화를 우리 기성세대에서 끝냈으면 한다.

유제훈 <전남고흥군고흥읍호동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