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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발칸] 나토 휴전안 마련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나토가 '코소보내 유고군 철수' 와 '코소보 난민들의 무사귀환 보장' 만 충족되면 공격을 중지하겠다는 휴전안을 마련 중인 것은 국면 전환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나토가 유고공습 시작때 제시했던 공격중단 조건은 "코소보에 외국군 주둔 하에 3년간 자치" 를 골자로 하는 랑부예 평화협정안에 유고측이 무조건 서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습이 1주일을 넘어섰는 데도 유고측 입장이 요지부동인 데다 코소보내 알바니아계의 대량 추방이라는 역효과만 낳고 있어 나토측으로선 전략수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상군 투입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량 희생자 발생과 전쟁 장기화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나토의 휴전안은 지난달 29일 유고연방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러시아의 프리마코프 총리를 통해 전달한 '공습중단.코소보내 유고군 철군' 이라는 유고측 휴전안에다 난민문제를 추가한 수준이어서 외견상 양측이 상당히 의견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토측의 휴전안에 들어 있는 '국제사회 감시 하에 코소보 난민의 귀환' 이라는 부분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사회 감시' 가 평화유지군 주둔을 뜻한다면 나토가 원래부터 주장했던 랑부예 평화협정안과 마찬가지여서 유고측이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적십자나 국제적 비무장 휴전감시단 수준으로 격하될 경우 미국과 나토의 체면이 크게 구겨지게 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코소보에 파견됐던 국제평화감시단이 비무장인 바람에 활동이 제한돼 사태악화를 제대로 막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마케도니아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 중이던 미군 3명이 유고접경 지대에서 유고군의 포로가 되는 사태가 발생함으로써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설혹 휴전이 이뤄진다 해도 큰 문제가 남는다.

이번 공습을 계기로 더욱 깊어진 유고연방내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 사이의 골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이다.

세르비아계는 공습이 코소보 해방군 (KLA) 을 통해 무장독립투쟁을 벌인 알바니아계 때문이라고 생각해 증오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알바니아계 또한 자신들을 대량 추방한 유고연방과 세르비아계에 대해 증오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이 현실적으로 한 연방 안에서 공존하며 지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미국측이 지난달 31일 밝힌대로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만든다' 는 시도를 할 경우 세르비아계의 반발로 사태가 더욱 꼬일 수도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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