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헌법연구 자문위 개헌안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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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9월 김형오 국회의장의 위촉을 받아 구성된 국회 헌법연구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31일 1년간의 연구활동을 결산하는 개헌연구보고서(사진)를 발표했다. 김 의장은 이 보고서가 “새 시대를 여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영국의 대헌장)와 같은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총 614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그동안의 개헌 논의를 대부분 포괄하는 교과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향후 출범할 국회 개헌특위도 이 보고서를 기초로 논의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계·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헌법자문위가 제시한 개헌안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론적인 접근에 치중하다 보니 우리의 정치·사회 현실과 괴리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김정하·정효식 기자

“사법부 수장, 국회에서 선출하더라도
대통령에 임명권 있어 서로 견제 가능”

개헌안 만든 성낙인 자문위 부위원장 입장은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의 성낙인(서울대 법대·한국법학교수회장) 부위원장은 “자문위의 개헌안에서 가장 중요한 주안점은 제도(권력)의 균형”이라고 말했다. 자문위가 헌법상 정부 형태로 제안한 이원정부제에서는 대통령·총리 중심의 내각과 국회의 삼각 축이, 4년 중임 정·부통령제에선 대통령과 의회가 각각 권력의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국회가 선출하도록 한 데 대해선 “의회 재석 3분의 2가 찬성하도록 설계해 대통령과 국회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부위원장은 “자문위의 개헌안은 어디까지나 국회 개헌 논의의 기초 자료로 제시한 것”이라며 “최종 개헌안은 국회가 개헌특위의 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법관 등을 의회가 선출하는 것은 권력 분립에 어긋나지 않나.

“대통령의 (임명) 권한이 너무 세기 때문에 오히려 사법부가 대통령에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도록 하자는 의미다.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해도 최종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 대통령의 뜻이 일정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다. 재적 3분의 2의 선출 규정도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서로 견제하면서 합의에 이르도록 했다.”

-이원정부제의 성격이 애매하고 사실상 내각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은 의회해산권과 긴급명령권으로 국가가 위급할 때 조정 능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다만 프랑스 동거정부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갈등을 빚어 국정에 혼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일상적인 국정은 의회에 책임을 지는 내각에 맡기도록 한 것이다. 복수안 중 다른 하나인 4년 중임 정·부통령제의 경우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식을 도입해 보자는 취지다.”

-국회를 양원제로 할 경우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많다.

“세계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양원제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정이 좀 더뎌지더라도 협의와 타협을 이끄는 장점이 크다. 앞으로 남북 통일에 대비해서도 인구 비례와 상관없이 연방제적 전통을 갖고 있는 상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4년 중임제에서 대통령·의회 선거를 일치시키자는 데 반론도 많다.

“선거 주기 일치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진 않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주기를 맞출 경우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른 분점정부 출현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소개한 것이다. 반면 대통령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할 수 있다.”

-기본권 신설이 남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헌헌법 이래 기본권은 사생활의 자유 이외에 크게 바꾸지 않아 이번에 생명권·안전권 등 최소한도로 신설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최근 제정된 유럽연합의 기본권헌장을 보더라도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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