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낭랑 18세’ 오딘 돌풍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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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랭킹도 숫자에 불과했다.

세계랭킹 70위 멜라니 오딘(미국)이 여자 단식 4회전에서 세계 13위 나디아 페트로바(러시아)를 물리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오딘이 2-1로 역전승해 8강에 진출했다. [뉴욕 AP=연합뉴스]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 18세 소녀 멜라니 오딘(미국·세계랭킹 70위)이 연일 스타들을 침몰시키고 있어 화제다.

오딘은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4회전에서 나디아 페트로바(러시아·13위)를 2-1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지난 6월 윔블던에서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5위)를 이겨 파란을 일으켰던 오딘은 이번 대회에서 연이어 강호들을 꺾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이번 대회 오딘의 경기를 돌아보면 더 흥미롭다. 2회전에서 옐레나 데멘티에바(러시아·4위), 3회전에서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31위)를 꺾은 데 이어 4회전에서 페트로바까지 눌렀다. ‘러시안 킬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날 4회전에서 오딘은 노련한 페트로바에게 손쉽게 첫 세트를 내주면서 이변을 마감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딘이 2세트부터 끈질기게 따라붙자 페트로바는 중요한 순간마다 에러를 쏟아내며 스스로 무너졌다. 페트로바는 2세트에 실책 25개, 3세트에 22개를 저질렀다.

오딘은 페트로바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에이스도 잡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힘으로 승부를 거는 대신 빠른 풋워크와 테크닉, 정확한 샷으로 페트로바를 상대했다. AP통신은 오딘에 대해 “그의 무기는 포어핸드도, 백핸드도 아닌 바로 심장”이라고 칭찬했다. 오딘은 18세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침착하고 대담하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오딘이 페트로바를 꺾는 순간 관중석에 있던 그의 쌍둥이 자매 캐서린은 감격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오딘은 “이번 경기에서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울지 않았다. 앞으로 누구를 상대하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오딘은 8강에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8위)와 만난다. 8강이 추려진 여자단식에서는 대회 톱시드 5명 중 세리나 윌리엄스(미국·2위)만 살아남았다.

한편 남자단식에서는 대회 6연패에 도전하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1위)가 토미 로브레도(스페인·15위)를 3-0으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페더러는 8강에서 로빈 소더링(스웨덴·12위)과 격돌한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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