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아아트홀 '고다르에서 카소비츠까지' 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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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단편영화는 장편 상업영화가 강요하는 상업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들을 뛰어넘는 실험정신, 거침없는 상상력과 번득이는 재치가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단편영화는 아직 낯설다.

국내에 필름으로 공개된 적이 없는 프랑스 걸작 단편영화 48편이 소개되는 자리 (9~16일.서울 종로 코아아트홀)가 더욱 값지게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다르에서 카소비츠까지 - 영화의 모든 것' 이란 타이틀을 단 이 페스티벌은 프랑스 과거와 현재의 뛰어난 단편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누벨바그의 기수 장 뤼 고다르 감독의 대표작이면서도 필름으로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주말' 이 개막작으로 선보이며 '샤를롯과 그의 쥴' '모든 남자의 이름은 파트릭이다' 등 그의 나머지 단편도 공개된다.

특히 '주말' 은 한 부부의 엽기적인 주말여행을 담은 것으로 제작당시인 1968년 기성질서의 전복이라는 세찬 사회적 조류를 탄 고다르의 과격한 영화적 발언이다.

'샤를롯과 그의 쥴…' 는 장 폴 벨몽도의 데뷔작으로 다양한 표정을 담아내는 그의 능청스런 얼굴을 볼 수있다.

또 '400번의 구타' 로 잘 알려진 프랑수아 트뤼포의 '앙뚜완과 꼴레뜨' ,에릭 로메르의 '베로니끄와 열등생' 등 60년대 누벨바그 대표작가들의 걸작 단편도 만날 수 있다.

90년대 누벨 이마주를 대표하는 감독 레오 카락스,에릭 로샹, 아르노 데플레셍 등의 6편도 눈길을 끈다.

'퐁네프의 연인들' 로 국내팬들의 사랑을 받은 카락스의 자전적 데뷔작 '교살의 블루스' 와 지난해 국내소개된 '동정없는 세상' 의 모태가 된 '프렌치 러버' 가 소개되는 것.

이밖에 '사베지 나이트' 를 발표한 후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숨진 시릴 콜라르의 데뷔작 '하얀 알제' 와 '델리카트슨 사람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이후 할리우드로 진출해 '에일리언4' 를 연출한 장 피에르 주네의 '쓸모없는 것들' 등은 90년대 단편 18편에 포함돼 있다.

이중엔 영화 '증오' 를 연출한 마티유 카소비츠의 '피에로 르 푸' 도 있는데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 에 대한 깜찍한 오마주 (Hommage:다른 작가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존경을 담아 특정장면을 모방하는 것) 로 카소비츠가 직접 출연했다.

이번 영화제를 기획한 '이손기획' 의 손주연씨는 "단편을 모르면서 영화를 논할 수 없다는 심정에서 자리를 마련했다" 고 말했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심고우리씨가 프로그래머로 동참했다.

프랑스 대사관의 도움을 받았지만 워낙 주머니를 톡톡 털어 마련한 행사라 '위험부담' 도 없지않다.

상업영화들도 번번이 흥행에 실패하는 마당에 다만 몇명이 찾더라도 '프랑스 단편영화' 로 눈길을 모으려는 시도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02 - 3445 - 3818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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