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대 조선, 첨성대 옆에 초가집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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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술사』 영문판 초간본에 실린 경주 첨성대 도판을 스캔했다. 1920년대 경주 첨성대 인근의 풍경까지 살필 수 있는 자료다. 사진 아래에 첨성대의 높이(14m)와 둘레(21m), 제작 연대(640년)와 함께 ‘극동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한국미술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에 1909년부터 28년까지 20년 가까이 머물렀던 독일인 선교사 안드레아스 에카르트(1884~1974)의 『조선미술사』입니다. 독일어와 영어 두 가지 판본으로 1929년 출간된 것으로 한국 미술을 일본어 외의 언어로 해외에 소개한 최초의 책입니다. 그는 506개 도판을 곁들여 조선의 미술을 소개하면서 그 특징을 단순성·간결성이라 규정했습니다. 그의 시각은 한국의 미를 이해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소장한 판본은 1929년 영국 런던에서 발행된 영문판 『History of Korean Art』 초간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에 발행된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쇄와 보존 상태가 훌륭합니다. 박물관 측에선 지난해 국내 한 고서적 사이트에서 이 책을 구입했답니다. 책장 중간중간에는 ‘bradford public library’ 도장이 찍혀있습니다. 영국 브래드포드 공공도서관에 소장되어있던 책이 어떤 이유에선지 한국으로 흘러온 게지요. 건축물·탑·불상·회화·도자기·수공예품 등 웬만한 분야는 모조리 아우른 이 책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조선의 아름다움이 남아 있습니다. 가령 경주 첨성대(사진) 뒤에 놓인 초가집, 그 옆으로 벙거지를 쓰고 오가는 옛 행인들의 모습과 오솔길까지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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