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입맛 잡자"식음료 다국적기업들 진출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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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러시아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지 투자를 늘리는 다국적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식음료 업체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소비위축 등으로 당장은 기업경영 여건이 크게 나빠졌지만, 장기적으론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계산에서다.

지난해 다국적 기업의 러시아 투자액 22억 달러 가운데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이후인 4분기 투자액만 무려 13억 달러를 차지했으며, 올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루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틈을 이용해 싼 값으로 러시아 기업.공장을 인수하거나 현지 공장을 신.증설하고 있다.

프랑스의 식품기업 다농은 러시아 내 판매량의 80%를 유럽에서 생산, 수출했으나 루블화 폭락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용절감을 위해 최근 1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또 독일의 에르만, 네덜란드의 캄피나 등도 1억8천달러를 투자, 모스크바 근교에 요구르트 공장을 짓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발티카 맥주 (社) 도 최근 러시아 맥주회사 인수에 1억8백만달러를 투자했다. 남아프리카 맥주회사들도 지난해 생산시설 확장을 위해 6천만달러를 투자했다.

맥도널드는 지난 6개월 동안 러시아에 7개의 체인점을 열었으며 현지에 공장을 설립, 레스토랑 체인점의 운영에 필요한 자재 및 음식재료를 조달하고 있다. 네슬레도 러시아에서 현지 생산한 캔디 '로시아' 에 대한 광고를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 미국의 자동차회사 GM도 올해 러시아에 약 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다국적 제약기업의 한 경영자는 "우리는 단기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1억5천만 명의 소비자들이 돈을 쓸 때가 반드시 올 것" 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도 있다. 허쉬.델몬트.던킨 도너츠는 지난해 러시아 판매 지사를 철수시켰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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