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빠지기'방공망 녹록치 않은 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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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고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이 확인되고 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미국이 자랑하던 F - 117 스텔스기 1대를 지대공미사일로 격추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유고는 1백기 이상의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미사일의 상당수는 레이더 포착이 힘든 산악지대에 은닉돼 있다.

군사전문지인 제인연감의 웹뉴스사이트는 "나토 공습 이후 유고는 아직 미사일도 제대로 발사하지 않고 있고 레이더 작동도 제한하고 있다" 고 보도하고 있다.

전투기의 레이더 감지능력을 고려해 이처럼 필요시만 레이더를 가동시키고 미사일을 쏘는, '치고 빠지는' 전술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고가 갖춘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의 주력은 SA - 6로 구식이다.

하지만 이런 전술을 쓸 경우 방공능력을 극대화하면서 나토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만일 러시아로부터 최신형 SA - 10 지대공미사일을 입수할 경우 방공력은 나토로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향상될 수 있다.

1948년 소련과 결별, 독자 사회주의노선을 걸으면서 유고는 동서 양진영 의 공격을 모두 대비하는 독자방공망을 갖췄다.

대공포 등 중화기도 독자생산해왔다.

이때부터 매달 두번씩 전국적으로 공습대비 훈련을 하면서 다양한 공격에 대응하는 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고연방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세르비아는 역사적으로 '전멸을 하면 했지 절대 항복은 하지 않는다' 는 오기의 전통을 갖고있다.

1398년 오스만터키의 침공에 맞서 세르비아 공국과 보스니아 왕국의 군대는 코소보에서 전멸할 때까지 싸웠다.

1914년 1차대전때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은 10분의 1도 안되는 소국 세르비아를 침공했으나 두차례 대규모 전투에서 모두 패배해 완전히 철군했다.

2차대전때인 1941년 국민봉기로 유고의 친나치 정권이 무너지자 히틀러는 4월 6일 베오그라드를 폭격하고 유고를 침공했다.

정부는 런던으로 망명했지만 남은 국민들은 게릴라 활동을 계속했다.

공산주의자인 티토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미하일로비치가 이끄는 게릴라부대는 국토의 80%가 산악이고 강과 안개가 많아 공군과 기갑부대의 활동이 힘든 지형을 이용해 독일군을 괴롭혔다.

유고 게릴라들은 결국 1944년 자력으로 독일군을 몰아내고 베오그라드를 점령했다.

이때의 교훈으로 유고는 2차대전 이후 외교는 물론 군사분야에서도 독자노선을 추구해왔다.

기술이 달리는 전투기와 대공미사일 등 일부 장비만 러시아제이고 나머지는 자체생산하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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