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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점자책에 녹아있는 장애인사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서울송파구가락동에 사는 서화순 (徐和淳.42.주부) 씨는 요즘 어떻게 하면 남자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

할머니나 젊은 여자의 목소리는 소화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남자목소리는 아직 서툴다.

서울성동구마장동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점자도서실. 徐씨와 같이 '시각장애인의 눈' 이 되고픈 주부들이 17년째 점역 (點譯) 과 녹음봉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학습서나 대중도서를 점역하거나 녹음테이프로 제작, 시각장애인들에게 대여해 주고 있다.

지난 83년 대한적십자사가 녹음봉사원 양성과정을 개설한 이래로 매해 이 과정을 마치고 '눈빛봉사회' 란 이름으로 모여 지금까지 도서실을 지켜온 주부들만 60여명. 이들의 노력으로 도서실은 현재 2천6백여권의 자료를 갖추고 1천7백여명의 시각장애인 회원들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책 한권을 녹음하는데 드는 시간은 약 20시간,점역은 한 달 정도. 오전에 녹음을 시작해 쉬지않고 2~3시간 계속하고 나면 목도 아프고 팔도 뻐근하다.

하지만 반납하는 도서에 감사의 쪽지를 끼워 보내주는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절로 힘이 솟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을 보는 창을 전해 주며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주부들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봉사를 계속하고 싶어 한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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