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소환투표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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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5일 치러진 국민소환(recall) 투표에서 유임에 성공했다. 차베스는 이날 승리로 소환투표 이전의 정치 일정대로 2007년 1월까지 집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베네수엘라 중앙선관위는 16일 총 투표의 95%를 개표한 결과 차베스의 소환에 반대하는 표가 5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좌파 성향의 차베스는 반대파들의 "경제불안과 사회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임기를 2년4개월 남겨 놓고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했었다.

국제원유가는 세계 5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내정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 시장에서 사상 최고치인 46.91달러를 기록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직후 하락해 지난 주말보다 배럴당 38센트 떨어진 46.20달러선에 거래가 이뤄졌다.

◇환호하는 차베스=차베스는 선관위의 잠정 집계가 발표되자 대통령궁 앞에서 지지자 수천여명이 환호하는 가운데 "승리가 번복되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야구광인 그는 또 "미국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하는 야권=야권은 중앙선관위 5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이 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개표 결과를 부인하고 나섰다. 민주행동당과 기독교사회당 등 보수 정당들과 재계, 보수 성향의 노조 지도부 등이 결합한 범야권 협의체인 '민주주의 조정자(CD)'의 대변인 헨리 라모스 앨럽은 "이번 투표 결과를 명확하게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범야권의 대정부 투쟁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침묵하는 감시단=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국제선거 감시단은 선관위의 발표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선거 감시단이 개표 결과를 부인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적지 않을 후유증=이번 투표는 유권자 1400만명 중 856만여명이 투표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도 카라카스 외곽에서 무장 괴한이 유권자들을 향해 발포, 1명이 사망하는 등 폭력 사태가 빚어져 모두 3명이 죽고 13명이 부상했다. 그만큼 차베스를 둘러싼 반대파와 지자파의 갈등이 커 후유증이 클 전망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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