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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ASEM은 발전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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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는 29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요슈카 피셔 독일연방 외무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25개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가 개최된다.

현재 유럽연합 (EU) 의장국이기도 한 독일은 주최국으로서 아시아와 유럽 두 지역의 지속적이고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을 위한 긍정적 신호를 이끌어내는 것을 회의의 목표로 삼고 있다.

지속되는 아시아 위기를 감안할 때 3년전 ASEM의 이름으로 성공적으로 출범한 유럽.아시아 대화는 틀림없이 그 효력이 입증될 것이다.

25개 회원국의 총인구는 22억명에 달하며 이들의 경제활동은 전세계 국민총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ASEM은 96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가.정부 수반 및 외무장관 회의에서 출발했다.

EU. EU 집행위원회.한국. 브루나이. 중국. 인도네시아 . 일본 . 말레이시아. 필리핀 . 싱가포르 . 태국. 베트남이 참가했다.

당시 세계는 정치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내는 아태지역의 '용' 과 '호랑이' 들의 빠른 경제성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유럽.아시아.북미라는 지정학적 3각구도에서 유럽과 아시아쪽에 좀더 비중을 싣기 위하여 대화와 협력의 장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방콕 정상회의에서는 새롭고도 포괄적인 아시아.유럽 동반관계가 선포됐다.

동반관계는 정치적 대화의 심화와 경제. 과학. 문화 분야의 협력확대를 내용으로 하며 환경보호. 국제범죄 방지. 마약거래 방지 등 지구차원의 난제들도 협력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4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ASEM 정상회의는 전혀 다른 의제, 즉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주제로 상정됐다.

여기서도 ASEM은 대화의 광장으로서 진면목을 발휘했다.

덕분에 세계은행 산하에 'ASEM 신용기금' 이 설립돼 특별히 곤경에 처한 나라에 이미 받은 지원에 더하여 추가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역투자 지원에 관한 행동계획에도 합의를 보았으며 해당국가의 경제자문과 개혁지원을 위한 경제.재정분야 고위전문가 파견도 합의에 이르렀다.

'ASEM 비즈니스 포럼' 이 정상회담과 병행돼 열림으로써 민간경제 부문에도 다리가 놓였다.

정치분야에서는 유럽연합의 확장과 유로화 도입 등을 논의했다.

지역문제, 유럽의 안전구조, 코소보 사태, 한반도.아태지역.캄보디아의 최신 동향도 주제에 올랐으며 몇몇 참가자에게는 매우 민감한 사항인 인권문제나 군비조절.대량학살무기 비확산문제도 런던 정상회의의 논의대상이었다.

ASEM은 지금까지 싱가포르에 소재하는 아시아.유럽재단 (ASEF:Asia.Europe Foundation) 과 태국의 환경기술센터 등 2개 주요기구를 만들었다.

ASEF는 정치.경제.재정.과학.언론.매체 분야의 지도자회의, 강연, 전시회, 영화상영 및 유명 싱크탱크.재단.출판사.대학과의 협력 등 20여개 행사를 주관했다.

내년의 제3차 ASEM 정상회의는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한국의 기여는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된다.

한국은 태국과 공동으로 아시아 파트너의 의견을 상호존중하고 유럽의 ASEM 국가와 조화시키는 이음새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또 런던 정상회의에서 설립된 비전그룹 (Vision Group) 의 의장국이며, 비전그룹은 ASEM의 중장기 전망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이번 베를린 회의때 각국 외무장관들에게 제출할 것이다.

ASEM은 대체적으로 형식에 집착하지 않는 창조적이며 역동적인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정상회의의 중간에는 외무장관 회담이 개최되며 이번 베를린 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전문분야 장관회의도 아시아.유럽간 대화의 본질적 부분인 것이다.

독일이 ASEM에 기여하는 바를 말하고 싶다.

독일은 올해 3개의 ASEM 장관회의를 개최한다.

29일의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아시아 위기.세계화.지역정치적 문제 등에 관해 유럽과 아시아가 관계를 한층 확대하는 문제가 의제로 될 것이다.특히 ASEM 국가내의 문화유산 보호.보존사업, 대학생 교류 증진, 국가와 시장의 관계에 대한 논의, 평화증진을 지향하는 사회정책, 두 대륙의 초대형 도시 시장 사이의 경험 교환 등이 토론될 것이다.

사회기반시설. 환경. 인권.언론매체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도 예정돼 있다.

독일은 또 올해 ASEF와 환경기술센터에 인원을 파견하고 재정적으로도 참여한다.

유럽과 아시아는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연속성과 신뢰, 협력과 동반관계' 라는 표어는 앞으로도 ASEM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이다.

클라우스 폴러스 주한독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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