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부터 각질제거까지 '공짜'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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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고추장, 헤어 에센스, 모기퇴치 세트, 발바닥 각질제거제, 서태지 신곡 앨범….

세상 곳곳의 다양한 제품들을 돈 한푼 내지 않고 '공짜'로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여기 있다. 신상품에서부터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유명 상품을 공짜로 제공하는 사이트 '체험닷컴(http://www.chaehum.com)'. 공짜 체험단을 선정해 사용자 후기를 받고 이를 기업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제품에 따라 약간의 자격 '제한'이 있다. 아기 젖병을 체험하겠다는 어른이나 커플 사진 체험단에 뽑아달라는 '솔로'는 안된다.

◇ "20~30대 젊은 여성과 와이프로거 두드러져"=지난 2007년 설립된 체험닷컴은 가전·디지털·생활·주방·육아·미용·스포츠·자동차등 다양한 제품 체험단을 선정해 100여 차례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체험 이벤트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2건씩 진행된다.

어떤 사람들이 공짜 체험단으로 선정될까.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연령대는 20~30대가 대부분으로 ‘와이프로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OO맘’ 이라는 닉네임의 체험단이 꼭 몇 사람씩 포함돼 있다는 게 운영진의 설명이다.

체험닷컴 직원들은 하루에 5~10종류의 제품을 체험단에게 발송한다. 고가 제품의 경우 보통 3~5명의 사람들에게 샘플로 제공한다.

각종 제품을 '닥치는대로' 제공하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종종 있다.

"최근 각질 제거제 체험단을 뽑았는데 신청 요건이 자신의 발 상태를 올리는 것이었어요. 게시판이 온통 각질 있고 갈라진 발 사진들로 '도배'됐죠. 그런데 우연히도 그 다음 체험단이 굳은살 관리 세트 체험단이었어요. 낯익은 발들이 또 주루룩 올라왔습니다. 정말 희한한 발은 다 본 것 같아요."

체험닷컴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는 고동욱 대리의 말이다.

고 대리는 커플을 대상으로 한 ‘미즈엔 커플 사진 체험단’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벤트로 꼽았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커플부터 오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까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구구절절한 사연이 답지했어요. 응모 동기를 하나씩 읽다 보면 마치 라디오 사연을 듣는 듯 했어요."

양꼬치 식당을 방문해 직접 음식 맛을 보고 후기를 남긴 ‘동북 양꼬치 오프라인 체험단’은 양꼬치가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 호기심 차원에서 지원이 많이 몰렸다고 한다. 면봉을 눈 밑에 바르면 보톡스 주사를 맞은 것처럼 살이 탱탱해져 효과가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미네코 여배우의 비밀봉 체험’도 사용자의 긍정적 후기가 유난히 많았던 이벤트다.

◇ 공짜 체험단, 뽑는 기준 따로 있다= 체험닷컴 사이트 전체 회원 수 1만 명 중 공짜 체험을 해본 이들은 대략 3000명. 자주 활동하는 '단골'은 50명 정도다.

운영자들은 수 많은 지원서 중 특별히 선호하지 않는 자기소개서 스타일이 있다고 전했다.

먼저 ‘애원형’이다. ‘정말 써보고 싶은 제품인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아파서 누워있는 우리 어머니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식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진 하지만 생각보다 선정될 확률은 크지 않다고 한다.

‘협박형’도 있다. ‘꼭 뽑아 주리라 믿습니다’ ‘이런 거 하나 뽑는데 떨어뜨리거나 그렇지 않겠죠?’ 라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선정률이 높지 않다.

‘한 문장형’도 있다. ‘잘 할 수 있습니다’, ‘기다릴께요’ 가 자기 소개의 전부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는 운영진이 체험단 자질을 평가하기 어렵다.

체험닷컴 고동욱 대리는 "홍보력과 콘텐트 제작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며 "여러 군데를 지원하면서도 계속 선정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짜 체험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 기업들은 제품이 홍보돼서 좋고 소비자들은 공짜로 쓸 수 있어서 좋다.

체험을 하고 나면 반드시 후기를 남겨야 한다. 샘플만 받아가는 일반 소비자들과의 차이점이다. 단순히 '좋았다' '쓸 만했다'식이 아니라 상품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후기를 남기지 않고 제품만 사용하는 이른바 '먹튀'들에게는 상품을 회수하고 다음번에는 배제한다.

체험단 후기는 얼만큼 믿을 수 있을까.

체험닷컴 최선영 이사는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사용기 작성을 부탁하면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며 "그러나 블로그 등 일인미디어의 발달로 전문가처럼 글을 쓰는 이들이 늘어나고 체험기도 점점 전문·객관화 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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