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피날레] 코마네치와 카롤리 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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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코마네치의 영광과 환희 뒤에는 항상 벨라 카롤리 (56) 코치가 있었다. 코마네치는 여덟살 때 카롤리가 운영하는 체조전문학교에 들어갔고 혹독한 담금질이 시작됐다.

하루 10시간 이상 계속되는 반복 훈련, 채소와 저칼로리 음식만을 섭취하고 빵은 절대 금기시하는 엄격한 식이요법 등은 어린 아이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코치의 지나친 훈련방법에 반발했지만 코마네치는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이같은 극성은 50여년간 옛소련이 누려오던 체조왕국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52년 헬싱키올림픽부터 단체전 6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올림픽 2연패의 영웅 라리사 랄리나.루드밀라 투리세바.넬리 킴으로 이어져온 소련 체조의 아성은 코마네치의 출현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카롤리 코치는 81년 미국으로 망명한 후 세계 체조의 흐름을 미국으로 옮겨놓는다. 카롤리의 사회주의식 혹독한 훈련법은 미국 체조계에서도 통했다.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메리 루 레튼,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91년 세계선수권을 차지한 킴 스메즈칼이 그의 지도를 견뎌냈다. 92년 미국 체조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도미니크 모체아누 (18) 도 그의 사단이다.

93년 전미오픈에서 미국 역사상 최연소 체조여왕이 된 모체아누를 두고 카롤리는 "코마네치의 환생을 보는 것 같다" 고 흥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카롤리조차도 "어느 누구도 코마네치의 아류일 뿐 코마네치의 '만점 연기' 를 능가하는 체조선수는 적어도 20세기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 단언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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