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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민간단체도 경쟁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19일 정부는 민간단체 (NGO) 보조사업을 시행한다는 공고를 냈다.

공고 내용으로 보아서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공고 같지만 거기에는 심상치 않은 의미가 내포됐다.

그간 새마을운동.바르게살기.자유총연맹 등 특정단체들을 지원해 오던 정부의 지원방식이 완전 자유경쟁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공모는 이들 특정단체에 지원했던 국고 1백50억원 모두를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전국사업과 시.도 지자체가 주관하는 지방사업에 각기 75억원씩 분할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단체 보조사업인 것이다.

소위 관변단체들도 이제 '관변' 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다른 민간단체들과 프로그램으로 경쟁해서 생존해야 한다.

실로 '민간단체의 경쟁시대' 가 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공모사업을 통해 민간단체와의 관계를 긴밀한 공조관계로 해보려는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국민통합.경제살리기.부정부패추방 등 7대 영역으로 나뉘어진 정부의 정책사업에 전체 사업비의 80%를 배정해 민간단체들이 정부의 국정 파트너로 참여할 것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민간단체들은 정부.기업과 같은 거대조직에 맞서는 무수한 '작은' 시민들의 힘을 동원하고 조직하고 투쟁하면서 정치와 경제의 비판기능을 해왔다.

또 금모으기운동.대북식량지원.실업자직업훈련.노숙자문제 해결 등에서 볼 수 있듯 정부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무수한 영역에서 정부를 대신하거나 보조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이런 민간단체의 역량을 정부의 정책으로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특히 현 정부에 와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 (IMF) 경제위기라는 시대상황이 정부로 하여금 민간단체와의 공조관계를 통해 국가발전 전략을 짜내도록 요청했던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제2건국운동을 이런 취지에서 시작했다지만 제2건국운동이 정부의 일방적인 계획으로 민간단체들을 주도하려 한다는 심각한 저항을 받고 나서야 민간주도형으로 수정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정부와 민간단체의 공조관계란 '동등한 파트너' 관계에서만이 성립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이번의 공모에서처럼 민간단체들이 정부로부터 직접지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돼 왔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투명한 회계감사가 요청되고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받게 마련이며, 민간단체들이 원래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과 방향을 잃고 정부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다른 형태의 '관변단체화'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직접지원보다 간접지원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것이 민간단체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소득세 등의 각종 세제혜택, 공공시설물과 공유지의 이용, 무료우편이용, 인턴인력의 제공 등 무수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기에 이번에 특정단체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완전경쟁체제로 바꾼 것과 더불어 민간단체에 대한 각종 간접지원을 완전경쟁체제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단체들만을 지원하기 위한 기존의 개별 특별지원법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통합법으로서 '비영리단체활동지원법' 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특정 '단체' 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민간단체들의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을 공모받아 그 '활동' 을 지원하는 제도화를 완결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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