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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레이더] '사고보자' 편승하기전 잠깐 생각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한.미 양국 투자자들간의 공통점을 하나 든다면 '항구를 떠나는 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다. 항해중 배가 침몰할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다들 배를 놓칠까 안달이니 나도 우선 타고 보자는 절박한 심리 같은 것이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8일의 종합지수 21포인트 급락은 지극히 당연한 조정의 서곡이었다. 사실 530까지 빠진다 한들 하등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조급한 투자자들에겐 그만한 참을성이 없었다. 평소 신중함으로 이름난 한 투자전략가조차 모멘텀 (기세)에 눌려 백기를 들었다.

"650은 기어이 가고 말겠다는 기세입니다. " 매수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낮은 금리다. 기업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선 증자를 해야 하고, 증자가 성공하려면 주가가 올라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금리를 더 내릴 작정이다.

그러나 이익이 뒷받침하지 않는 유동성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다. 대우증권은 12월 결산법인의 99년 경상이익이 97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주가는 97년 수준 즉 종합지수 700~750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조건" 에 변화가 생겼다.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주가에 마이너스) 대신 금리 역시 크게 내렸다 (주가에 플러스). 또 불확실성이 커진 (마이너스) 반면 투명성이 높아졌다 (플러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상계하고 남는 순효과를 분석한 자료는 아직 나온 것이 없다.

다우지수가 오르니까 한국의 주가도 올라야 한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미국의 주가를 아슬아슬하게 보는 이유를 모두 들자면 열손가락으로도 부족한데 그중 하나만 이야기해 보자. 지난해부터 주가가 내린 종목수가 오른 종목수를 앞지르고 있다.

즉 중소형주, 첨단기술주 그리고 우량블루칩 순으로 하나씩 둘씩 상승대열에서 탈락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각종 기술지표들이 과열을 나타내고 장기적으로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대해 확신이 없는 시점이지만 모멘텀은 매수를 강요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원칙에 철저한 매매" 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498 이후의 100포인트 급등에 따른 조정은 끝났다고 보고 추가 매수에 나서되 578을 배수진으로 삼아 이것이 깨지면 무조건 파는 식의 전략을 말한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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