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3년만에 컴백하는 김희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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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톱탤런트 김희애가 돌아온다. 다음달 5일 시작하는 MBC 일일극 '하나뿐인 당신' (박정란 극본.정운현 연출)에 얼굴을 내민다. 95년 12월 '연애의 기초' 이후 3년3개월만의 컴백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서울 구파발역 인근 진관시장 촬영현장에 나타난 그의 야무진 분위기는 여전하다.

"TV에 돌아올 뜻이 절실하진 않았어요. 결혼하고, 강의하고, 아기 낳고…. 사람이 정말 간사하죠. 드라마를 지켜보니 남의 일 같더라구요. " 서울 변두리에서 지물포를 꾸려가는 가족을 중심으로 4남매의 에피소드를 주로 다룰 이 드라마에서 그의 배역은 첫째딸 서영. 방송통신대학을 나오고, 직장에선 노조일 하다 쫓겨나고, 남편 회사는 부도나고….

"사실 다른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강인하고 똑 부러진 여성은 많이 맡았잖아요. " 복귀에 대한 각오를 물었다. "부담이 앞서요. 기대의 반이라도 보답해야 할텐데…. 망신은 안 당할지. 출연 결정 이후 아기 젖먹이는 것도 끊고 운동해 결혼 전의 몸매도 되찾았어요. " 그는 그동안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거창하게 말하면 하나의 인간으로 완성됐다고 쑥스러워했다. 전에는 혼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나 남자를 만나고, 애기를 낳아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라는 것. 6개월된 장남에 이어 둘째도 빨리 갖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런 욕심 없이 지난해 11월 수원전문대에 사표도 냈다. 연기론을 강의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연습장에 나왔을 때 선배들이 얼마나 잘 하던지. 학교는 아무래도 초보자들의 자리입니다. 역시 연기자는 현장에서 배우나 봅니다. " 같은 날 개봉되는 KBS 일일극 '사람의 집' 에 채시라가 나온다고 건드렸더니 "애기 엄마보다 처녀가 팬이 많겠지요" 라고 잔잔한 미소로 받아넘긴다.

82년 데뷔 이후 정신없이 스타인생을 달려온 김희애. 3년여 공백기간에 쌓은 여유가 어떤 빛깔로 드러날지 기다려진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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