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폭탄테러…120여명 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모스크바 = 외신종합]러시아 남부 북 (北) 오세티아자치공화국 수도 블라디카프카스 시내 인구 밀집지역인 상점가에서 19일 오전 강력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최소 53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폭발 사건이 이날 오전 11시25분 (현지시간)에 발생, 주말을 맞아 식품을 사러나온 쇼핑객들이 많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강력한 폭발로 부서진 건물과 자동차 사이에 희생자들의 시체가 섞여 있어 정확한 사망자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이 지역 대표부 대변인인 레프 주가예프는 "이번 폭발 사건은 테러리스트의 소행이 분명하다" 며 상가의 한 건물 중심부에서 1m 넓이의 폭탄 구멍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폭탄이 상가의 가두판매대 뒤에 숨겨져 있었다고 전했으며 시청 관리들은 TNT 5㎏ 정도의 폭발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옐친 대통령은 세르게이 스테파신 내무장관을 사건 현장으로 급파, 이번 사건의 조사를 진두지휘토록 했다.

[테러 왜 일어났나]

이번 폭발사고는 러시아로부터 끈질긴 분리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웃 체첸 공화국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테러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등 서방 소식통들은 러시아로부터 무장 분리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는 체첸 분리주의자들이 북오세티아가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데 대한 보복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오세티아와 체첸은 같은 코카서스 민족으로 인종.문화면에서 서로 '사촌지간' 이라 부를 만큼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러시아에서의 분리독립 문제에서는 이견을 보여 갈등을 빚어 왔다.

최근 체첸이 러시아 고위장성을 납치, 러시아와 극한 대립 상태를 빚으면서 북오세티아 지역도 정치적.인종적으로 불안감이 고조돼 왔으며 민생치안마저 크게 위협받아 왔었다.

이와 함께 북오세티아와 체첸간의 오랜 영토분쟁에서 이번 폭탄테러가 비롯됐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들 두 자치공화국은 옛소련 해체 이후 서로 접경하고 있는 잉구세티아 자치공화국의 영토 소유권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여왔으며 이 과정에서 북오세티아와 잉구세티아간에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편 다음주중 북오세티아에서 개최 예정인 러시아와 유럽 소국 (小國) 인 안도라와의 유로 2000 축구시합을 앞두고 러시아 선수단에 위협을 가하려는 체첸측의 음모라는 주장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