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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리츠펀드 … 올들어 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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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년 넘게 가파른 내리막을 그렸던 해외리츠펀드의 수익률이 올 들어 살짝 오름세로 돌아섰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5%. 대표적인 애물단지 투자상품이었던 해외리츠펀드도 긴 부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이다. 상가나 사무실에 투자해 나오는 이익을 배당한다. 국내에서 팔린 해외리츠펀드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다양한 리츠에 펀드자금을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해외리츠펀드는 2007년 초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해 상반기에만 5조원 넘는 돈이 몰렸다. 그 전까지 매년 20~30%의 수익을 올려 왔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그때가 꼭지였다. 2007년 하반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수익률은 고꾸라졌다. 여기에 지난해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올 1분기 해외리츠펀드의 2년간 누적 수익률은 -65%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익률이 다시 살아난 건 올 3월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면서부터다. 호주와 홍콩,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리츠의 주가가 크게 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리츠인 신홍기부동산(홍콩)의 주가는 3월 이후 87%, 웨스트필드그룹(호주)은 37% 올랐다. 지난해 자금난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센트로리테일그룹(호주)은 6개월 만에 주가가 8배로 뛰기도 했다. 미국의 시몬데바트로그룹(146%)과 퍼블릭스토리지(52%)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주요 리츠인 니폰빌딩펀드나 재팬부동산투자증권의 주가 상승률은 10% 정도에 그쳤다.

해외리츠펀드 성과는 어느 지역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났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건 호주·홍콩·싱가포르에 주로 투자하는 아시아리츠(19.7%)였다.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시장 회복이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전 세계 리츠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리츠의 평균 수익률은 9.7%, 일본에만 집중 투자하는 일본리츠는 5.2%로 나타났다.

해외리츠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1조4500억원 정도로 쪼그라든 상태다. 그동안 부진한 실적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환매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김용희 연구원은 “기존 투자자는 리츠펀드를 계속 보유하는 게 좋고 장기투자를 생각한다면 신규 편입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한다. 주식에 비해 아직 리츠 가격이 덜 올라 투자매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가 최악에서는 벗어났다는 관측도 힘을 실어준다. 미국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의 연체율·공실률이 여전히 상승세지만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기업의 이익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되겠지만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그 전에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팀장은 지역별로는 미국 시장이 편입된 글로벌 리츠펀드를 가장 유망하게 봤다. “아태지역 리츠는 올 들어 많이 올라 최근 일부 조정을 보이고 있다”며 “지금은 미국 등 선진국 리츠의 전망이 더 낫다”고 말했다.

똑같은 ‘글로벌 리츠’라도 상품마다 투자 지역은 제각각이다. 따라서 글로벌 리츠펀드를 고를 땐 수익률 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에 많이 투자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골드만삭스글로벌리츠재간접’은 호주의 비중이 40% 정도로 가장 높다. ‘한화라살글로벌리츠’는 절반 정도의 자금은 미국에, 나머지는 유럽(25%)과 아시아(25%)에 나눠 투자한다. ‘미래에셋글로벌디스커버리리츠’는 다른 펀드에 비해 중국·홍콩의 비중(18.6%)이 큰 편이다. ‘삼성글로벌리츠’는 미국(33%)과 유럽(11%)에 가장 많이 투자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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