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중독'…가정 월통신료 쌀값보다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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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중계동에 사는 자영업자 김영준 (46) 씨는 두 대학생 자녀의 휴대폰 사용 요금 때문에 허리가 휘청한다.

월말이면 날아오는 청구서에 찍힌 요금은 모두 20여만원. 한달 주식 (主食) 비와 거의 맞먹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계의 월평균 통신비 (일반.휴대전화) 지출은 4만4천8백원. 쌀 값으로 나간 돈 (3만2천1백원) 보다 많다.

여기에다 인터넷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먹거리' 보다 '정보화' 에 돈이 훨씬 더 든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엥겔계수' 말고 '삐리릭 계수' 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휴대폰 1천5백만대 시대를 맞아 별의별 일도 다 생긴다.

최근 상가 (喪家)에서 빈소 앞에서 절을 하는데 갑자기 휴대폰에서 '밀양아리랑' 멜로디가 터져나오는가 하면, '주변이 시끄럽다고 빈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꼴불견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심지어 교실에서 휴대폰으로 자장면을 시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버스에서 "너무 시끄럽게 전화한다" 며 시비가 붙어 대학생과 교수가 주먹다짐까지 벌인 사건도 있었다.

주부 朴모 (44) 씨는 고등학생 딸이 몰래 가입한 휴대폰 때문에 연체료만 60만원을 물게 됐다며 울상이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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