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상권 '도매'로 날갯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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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제 쇼핑은 우리에게 맡겨 주세요…'. 동대문 일대가 의류 쇼핑의 새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평화시장 등 종래의 재래시장 외에 프레야.밀리오레.두산타워 등 현대식 쇼핑몰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10대~20대 등 젊은 층의 패션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남대문시장 등의 상인들이 이곳으로 옮겨 오면서 소매는 물론 전국 상권을 겨냥한 도매시장으로서의 기능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 '태풍의 눈' 서부상권 = 지난달 26일 지상 34층 지하 7층 규모의 두산타워가 문을 열면서 기존 동대문 상권에 힘을 더욱 보탰다.

96년 9월 개점한 프레야타운, 지난해 8월 문을 연 밀리오레와 함께 동대문 서부상권의 '빅3' 로 떠오른 것. 프레야의 3천여개 점포에다 두산.밀리오레의 점포 (각 2천개) 를 합치면 이들 세 곳의 점포는 모두 7천여개.

지하철 1. 2. 4. 5호선이 지나는 등 교통 여건도 좋아 이곳을 찾는 유동인구가 하루 20만명에 이를 것이란 게 동대문구청 관계자의 얘기다.

취급 품목도 신사.숙녀 의류에서부터 아동복.신발.액세서리.잡화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상가 앞 광장과 지하층은 젊은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꾸며 '즐기는 쇼핑' 의 개념도 도입했다.

연극.라이브 무대 등 각종 이벤트가 거의 매일 준비될 만큼 볼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 동 (東) 도매.서 (西) 소매 = 두산.밀리오레.프레야 등 세 곳 모두 도매와 소매를 겸하고 있으나 아직은 소매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편이다.

소매 비중이 80%에 이르는 밀리오레는 두산.프레야와의 차별화를 위해 소매 비중을 더욱 높여 나간다는 전략. 반면 두산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30%에 불과한 도매 비중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프레야의 도.소매 비중은 50대50 정도. 이에 비해 90년대 초부터 동대문운동장 동쪽 편에 형성되기 시작한 디자이너 크럽.팀204.혜양엘리시움.우노꼬레.아트프라자 등 동부 상권은 지방에서 올라 온 상인들이 주된 고객. 오후 8시나 9시쯤 문을 연 후 다음날 아침 셔터를 내린다.

◇ 상권 재편 조짐 = 동대문 상권이 맹위를 떨치면서 그동안 의류 판매의 본산으로 자처해 온 남대문시장 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최근 동대문시장으로부터의 물건 유입 감시에 나서는 등 동대문의 도전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동대문 서부상권 입주 상인중 상당수가 남대문 쪽에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야 관계자는 "남대문 출신 상인들이 최근 두산.밀리오레 등으로 많이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대문시장 측은 주차장 확보 등 시장 현대화와 액세서리 등의 해외시장 진출로 발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남대문시장 상가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하 2층 지상 23층 규모의 패션전문매장 '메사' 가 내년 문을 여는 등 현대식 쇼핑몰 등으로 탈바꿈을 서두르고 있다" 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본동 지역의 현대화도 계획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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