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국가홍보도 경쟁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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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계적인 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고, 국제기구와 외국정부도 한국을 가장 모범적인 위기극복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한달여 동안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열었던 한국경제설명회 (Road Show)에 참석하면서 그같은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명을 들은 국제인사들은 그간 한국정부가 추진해 온 신속하고 과감한 경제개혁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이들은 한국정부의 강한 의지와 실천, 그리고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낸 지도력 때문에 개혁이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의 한국경제는 금융.외환위기를 겪었던 1년 전에 비해 판이한 모습이다.

사실상 도산상태에 빠졌던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과감한 금융구조조정, 특히 부실채권 감축, 대형합병, 부실은행의 해외매각 등을 통해 글로벌 시대의 국제경쟁체계를 착실히 갖춰가고 있다.

기업부문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토대로 기업개선작업 (work - out) 이 진행 중에 있고, 특히 지난해 말로 과잉시설 해소 및 부채비율 감축 등 재벌개혁의 골격이 마련돼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자만은 금물이다.

구조개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 우리 국민은 위기극복에 놀라운 집중력과 추진력을 보이다가도 목표를 목전에 두고 중지한 경험이 있었다.

설명회에서 만난 많은 외국인들도 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재벌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추진될까, 보수적인 정치세력과 투쟁적인 노동조합이 개혁을 거부하지 않을까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우리는 한국의 구조조정이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는 대내외 여건을 역설했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노사문화, 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 그리고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기업인식 등을 지적해 주었다.

이밖에도 우리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자신있고 떳떳하게 내보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과 경제기초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는 경제개혁을 초단기에 실현하는 저력, 양질의 노동력,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기업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생산시설이 있다.

이제는 국제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우리의 인적.물적 자원과 한국경제의 시장성을 적극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번 경제 설명회에서도 절실히 느낀 것이 전문화된 대외홍보의 필요성이었다.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대외홍보를 해 본들 이미 늦은 것이다.

대외홍보는 평상시에 적극적으로 펼칠 때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

런던에서 설명회를 열었을 때 참석했던 나이젤 윅스 재무부차관도 영국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경제사안에 관해 1년에 수십차례 해외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글로벌 시대에는 자국 경제의 현실과 장점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알리는 홍보능력이 국가 경쟁력에 결정적인 요소다.

홍보에 뒤처진 나라는 세계시장의 경쟁에서 그만큼 뒤질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서 세계가 우리를 인정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밑에 앉아 홍시가 입안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문수 금융감독원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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