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학 구조조정의 3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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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1세기는 어떻게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해 응용하는가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크게 좌우되는 사회다.

또한 국경없는 사회로서 '초국적 교육' 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 점에서 창의적인 지식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 과제로 등장하게 된다.

창의적인 지식기반의 원천은 대학이고 대학교육의 내용과 질은 국가의 장래를 예견할 수 있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세계에는 1만3천2백개 정도의 대학이 있고 8천2백만명의 대학생들이 있다.

우리나라도 1백89개의 4년제 대학을 포함 3백50여개 고등교육기관에서 2백60여만명이 고등교육을 받고 있다.

양적으로 볼 때 동일 연령집단의 진학률 세계 1위, 졸업률 세계 1위, 인구 10만명당 고등교육인구 세계 2위 등 세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교육경쟁력 부문에서는 교수 1인당 논문이나 저술 편수, 교육재정의 부족 등 세계적 수준에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대학발전기금이 5조원을 넘는 대학만도 세계적으로 27개나 되니 우리와 견줄 바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 대학들도 이 모습 이대로는 안되며 자기 개혁을 통해 거듭나기를 가속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이 한 방법일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의 철학은 '구조조정의 3R' 인 긴축 (retrenchment).감축 (reduction).재배분 (reallocation) 의 원칙 아래 대학의 특성과 전략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획일적인 관치 구조조정이나 특정대학을 답습하려는 모방적 구조조정, 무조건 인원이나 기구를 줄여가는 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의 효율성이 문제돼야지 지나친 경제원리에만 집착하면 교육기능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대학은 직업양성소나 훈련기능만 강조돼서는 안되고 상아탑적 요소와 교육산업적 요소가 병존한 인간개발의 장이어야 한다.

가까운 장래에 캠퍼스 중심 대학은 크게 변모할 것이다.

재택 (在宅) 대학이나 사이버대학 위주의 대학교육이 확대돼 강의실은 '교수없는 강의실' 이 될 것이고 '캠퍼스없는 대학' 이 확대될 것이다.

물론 도서관에도 책 대신 CD롬이 주가 되는 '책없는 도서관' 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 교육' 과 '탈 (脫) 국가 교육' 이 일반화돼 세계를 교육의 장으로 삼게 될 것이다.

새로운 천년을 맞는 시점에서의 대학경쟁력은 한마디로 어떻게 창의적 '신시민' 과 다문화.다인종.다기능을 필요로 하는 '세계적 한국인' 을 양성하느냐에 달려 있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문화인' 을 양성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 대학진학을 해야 한다는 의식도 바꿔야 하며 몇몇 인기학과나 일류대학에 온 삶을 거는 사고도 바꿔야 한다.

미국 대학생 평균연령이 28.4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구조조정은 누구나 언제 무슨 내용이든 학습할 수 있는 열린 대학, 평생 대학 학습체제를 마련하는 일이며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는 엄격한 학사운영에 중점을 둬야 한다.

또한 양질의 연구와 참된 교육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도록 교수의 자질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와 함께 산학연 (産學硏) 협동을 강화해 현장에서 즉시 쓸 수 있는 '즉시성 교육' 이 전제돼야 하며 세계 여러 대학들과의 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구조조정의 핵은 학사개혁과 대학학습혁명이 돼야 한다.

이현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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