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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헝가리.체코등 3개국 나토가입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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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냉전시대 옛소련 주도의 바르샤바조약기구 가맹국이었던 폴란드.헝가리.체코 등 3개국이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에 정식 가입함에 따라 향후 NATO의 위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3개국의 가입으로 NATO회원국은 16개국에서 19개국으로 늘어났고 지역도 중부유럽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세계 최강의 군사동맹체로 발돋움하게 됐다.

특히 이들 국가의 NATO가입은 제2차세계대전 후 동서로 분리됐던 유럽이 미국과 서유럽 주도로 다시 봉합되는 것은 물론 냉전 이데올로기에 맞춰 양분됐던 국제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는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2차세계대전 말 옛소련에 의해 위성국가가 된 동유럽 국가 중 이 3개국은 역사적으로 동방정교를 믿는 다른 동유럽권과 달리 가톨릭과 개신교 (체코 일부) 국가로 서유럽 문화권에 속해왔다.

게다가 소련 위성국으로 전락한 이후에도 56년의 반공.반소봉기 (헝가리) , 포즈나니 봉기 (폴란드) , 68년의 체코 '프라하의 봄' 등 주민들의 반소.반공 저항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NATO가입을 계기로 이들은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옛 문화권으로의 복귀가 가능케 됐다.

지금부터 유럽은 동서냉전의 잔해에서 벗어나 안보질서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90년대 중반 이후 불가리아.루마니아.슬로베니아 등 동유럽권과 옛소련 소속의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발트해 연안국들도 신규가입을 희망해왔다.

미국과 서유럽의 기존 NATO국가들이 이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범유럽 군사동맹기구를 만든다면 러시아를 배제한 채 유럽정세를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NATO확대를 바라보는 러시아의 눈길은 차갑기만 하다.

러시아 외무부는 12일 성명을 통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동서간에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안보협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오는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NATO 50주년 기념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문제를 놓고 '새로운 가입국가에 대한 NATO군 파견 제한' '코소보 무력사용 반대' 등의 조건을 내걸며 NATO확대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옛 텃밭인 중.동부 유럽은 물론 옛소련의 일원이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해 연안국가까지 NATO가 통제하는 시대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NATO는 당분간 신규가입국에 NATO군을 주둔시키지 않겠다며 러시아를 달래고 있다. 아무튼 NATO는 영역확대에 성공했지만 재정문제라는 큰 걸림돌을 남기고 있다.

폴란드의 올해 국방비는 33억달러, 체코는 12억달러, 헝가리는 7억4천5백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NATO본부의 추산에 따르면 이들 3개국이 NATO에 부담하는 비용은 모두 합쳐 매년 6천5백만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NATO는 이들 세 동맹국의 무기.통신.방공망 등을 서방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매년 1억5천만달러를 투입해야 할 판이다.

때문에 실업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NATO내 서유럽국가들은 이들의 가입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이 나서 "이들을 NATO 밖에 두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며 다른 동맹국들을 설득,가입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채인택.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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